맛집 폭격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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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호기심이 가득해지는 책이었다. 맛집 폭격이라니! 소설 속에서는 맛집에 얽힌 무슨 일이 벌어지는걸까? 궁금했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 어느 정도 이 책에서 펼쳐질 이야기의 소재를 다 알려주는 셈이지만, 설마 그러리라고 짐작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조금은 당황하다가 다시 한 번 작가가 던져주는 메시지를 어렴풋이 알 듯 말 듯 했다. 『맛집 폭격』은 배명훈 작가가 2년 만에 내놓은 장편 소설이다. 이 책으로 배명훈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그의 소설을 처음 읽기에 어떤 필치로 이야기를 펼치게 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맛있는 요리는 무엇입니까?"라는 작가의 질문도 보인다. 머릿속에 가득 떠오르는 음식 중에 '가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음식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막상 '가장' 맛있는 요리 '하나'만 선택하려니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여전히 선택하지 못하겠다. 책 표지 앞에서만 한참을 머뭇거리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이 책의 처음에는 마살라 도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아, 나도 그 음식 좋아하는데......' 민소가 설명하는 마살라 도사를 떠올리면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남인도 여행을 하며 그곳에서 맛있었던 음식을 떠올리면 마살라 도사가 가장 먼저 떠오르면서도 민소처럼 맛깔스럽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페이지에 걸쳐 마살라 도사 이야기에 침을 꼴깍 넘기며 바라보다보면, 곧바로 폭격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집이 저기야. 종로 321-2. 어젯밤 미사일 공격으로 잔해만 남고 이 빠지듯 가운데만 무너져버린 저 3층 건물 2층에 그 식당이 있었어. 다행히 인명 손실은 없다는데, 그래도 당분간 그 집 마살라 도사를 맛보기는 어려울 거야." (14쪽)

 

소설은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있을 법하긴 하지만, 그러기엔 어마어마한 사건이 펼쳐진다. 어이없게만 느껴지는 맛집 폭격 사건에 처음에는 뜬금없었다. 맛집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펼쳐들었다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읽다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그래서 소설가의 상상력은 일반 독자와는 달라야겠구나, 생각했다. 예측할 수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가 원하던 내용의 뻔한 글보다는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런 느낌은 이 책을 다 읽은 다음에 느끼게 되었다. 이 소설은 이상하게도 한 박자 늦게 반응이 온다. 처음에는 마살라 도사에 대한 설명에서 입맛 다시다가, '이게 뭐지?'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한참을 지나고 보니 뒤늦게 '헉!'하는 반응이 온다. 낮에 들은 유머를, 낮에는 하나도 웃기지 않다고 했던 유머를,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떠올리고는 킬킬거리고 웃는 듯한 느낌이다.

 

두 번째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그저 맛집에 대한 민소의 이야기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음식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확실히 군침이 돌았으니까. 마살라 도사, 오렌지 샐러드, 짬뽕......마르셀 프루스트의 마들렌 기억처럼 민소는 짬뽕을 먹다가 문득 기억을 더올린다. "맞아. 전부 원래 내가 좋아해서 간 식당이 아니라 그 사람이 좋아했던 식당 중에서 다행히 내 입에도 맞았던 식당들이야. 지금은 그런거 다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내가 좋아해서 간 식당인 것처럼 기억하고 있지만. 그러니까 몇 안 되지.' (80쪽)

두 번째 읽을 때에도 내가 보려고 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보였다. 맛집에 관한 것만 더 읽겠다고 집어들었는데, '헉, 이게 이런 뜻일 수도 있겠구나!' 깨닫게 된다. 내가 예측한 부분 이외의 것을 보게 되는 책이어서 신선한 자극이 된다. 가볍게 읽으면 한없지 가벼운 소설이다. 하지만 가벼운 것 같지만, 가볍지만은 않고, 그 무게는 이 소설을 읽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은근히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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