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
박은지 지음 / 강이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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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길고양이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웃다가 감동받다가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주변의 길고양이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오롯이 책 속의 고양이들의 묘생을 바라보기도 한다. 사람들을 두려워하며, 그렇지만 사람들의 손길이 그리운 아이들.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고양이들은 또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다. 책을 읽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길고양이들의 사진을 보며 마음을 정화시키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 『흔들리지 마 내일도 이 길은 그대로니까』또한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읽어보게 되었다. 길고양이 사진을 찍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카메라를 집어들면 어느덧 사라져버리는 길고양이들 덕분에 허탕치기 일쑤. 빈 프레임만 바라보며 허탈해하기를 여러 번. 그저 책으로 다른 고양이들이나 바라보기로 한다. 여전히 나를 보면 후다닥 도망가버리는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을 떠올리며, 나보다는 더 길고양이와 교감을 나누는 사람의 글과 사진을 바라보기로 했다.

 

 

 

이 책은 길고양이 감성에세이다. 책 표지에 보면 노란딱지가 보이는데, '이 책의 인세 일부는 고양이보호협회에 기부됩니다.'라고 쓰여있다. 고양이보호를 위한 작은 발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을 거닐다 만나게 되는 고양이들에 관한 사진과 글귀로 고양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 책 속의 사진은 길고양이와 거리를 유지하고 조심스레 셔터를 누른 느낌이 드는 사진들이다. 일부러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았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이 책에는 길고양이들의 사진과 짧은 글이 어우러진다. 고양이를 바라보며 떠오른 생각이나 느낌 감상을 적어내려간 글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고양이들을 바라보며 인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다. 빠른 템포가 아니라 천천히 읽어나가며, 충분히 감성에 공감을 해야 이 책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를 보며 우리네 삶을 떠올리는 글귀가 마음을 잡아 끈다.

색깔도 무늬도 닮은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를 바라보며 자신의 엄마 마음을 떠올린다.

누구 못지않게 까칠한 사춘기를 보내며 엄마 마음을 그리도 몰라주던 나는 성인이 되어서야 엄마의 어설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엄마도 예민한 여고생 딸을 키워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엄마의 투박한 표현 속 진심을 알아채는 것과 함께, 냉장고에 날짜 지난 두부를 방치하거나 집에서 30분만 멀어지면 길을 헤매는 엄마에게 도리어 잔소리하는 날들이 생겼다. (73쪽)

 

 

도시에서 쌩쌩 움직이는 차와 바삐 걷는 사람들의 발자국 속에서 철렁 내려앉는 위험스런 상황의 고양이를 보면서 생각한다.

누구든 상처 하나 없이 완벽하게 태어나지만, 살아가면서 상처는 늘어만 간다. 그건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78쪽)

 

길 위에서 길고양이들을 바라보며 교감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이 세상에는 고양이들도 많고, 고양이를 눈여겨보는 사람들도 주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특히나 더 공감하며 이 책 속의 글귀에 한참을 머물게 되리라 생각된다. 우리 동네 고양이들의 묘생과 교차하며, 이들을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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