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이력서
김현아 지음 / 뜨인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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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여행은 세상을 바라보는 한 방편이다. 다른 사람의 여행 이야기를 보는 것도 여행의 폭을 넓혀준다. 타인의 여행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기폭제가 된다. 이런 점이 여행 에세이의 장점이다. 내가 바라본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아직 보지 못한 세상을 볼 수 있는 안경이 되는 것, 그런 점에서 여행 책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이 책의 저자는 김현아. 시인이다. 저자가 시인이라는 점에서 일반인으로서 느끼지 못했던 감수성을 짚어줄 것이라 짐작되었다. 1990년대 초부터 20여 년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숱한 풍경과 사람들과 이야기들을 만났고, 그 고갱이들을 다양한 글 속에 담아내고 있다. '여행이 삶의 들숨이라면 글쓰기는 삶의 날숨이다.'라는 표현에 마음이 머물게 된다.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한 시민네트워크 '나와 우리'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여행과 인문학의 행복한 만남을 추구하는 청소년 여행대안학교 '로드스꼴라'의 대표 교사로 활동 중이라는 이력도 이 책의 내용을 더욱 궁금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나뉘어 중국,유럽,아프리카,인도,네팔,일본,베트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제목을 찬찬히 살펴보아도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지는 책이다. 중국부터 베트남까지, 이 책 속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실제 여행을 하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 그것이 요즘에 즐겨하는 나만의 여행법이다. 이 책으로 충분히 여행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사는 것 또한 여행이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 가든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된다.

 

생이란 어쩌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꽃,개미,우주의 먼지,그 모든 것들,아주 먼 곳에 있는 보이지 않는 연주자가 연주하는 신비로운 음악에 따라 춤을 추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오늘 이곳에 서 있는 이유를 나는 알 길이 없다.(76쪽)

 

여행은 어디에 다녀왔는가보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과 같은 곳을 여행해도 나만의 느낌을 담아오는 것이 여행의 보람이다. 한정된 소재로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이는 것이 글쓴이의 역량이다. 또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만의 생각 속에서 기억을 끄집어내게 하는 것이 글쓴이에게는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역량을 드러내는 글이었다. 저자의 여행기를 읽으며, 잘 알지 못하던 부분에 대해 관심있게 알아가고, 내 과거 속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느릿느릿 읽어가며 하나씩 알아가고 찬찬히 생각에 잠기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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