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라는 아이
라라 윌리엄슨 지음, 김안나 옮김 / 나무옆의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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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 소설 속 이야기에 빠져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소설 속의 세계 속에 들어가 호흡을 같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단한 책소개를 통해 어느 정도의 재미가 보장되어야 책을 읽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선택한 책이 재미도 감동도 줄 수 없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읽어낸 보람이 없기 때문이다.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소설'이라는 책소개를 보고,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결심했다. 소설 속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는 재미와 감동으로 찡한 느낌을 동시에 받으며 뿌듯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호프라는 아이』는 잡지 편집자 출신의 젊은 영국 작가 라라 윌리엄슨의 데뷔작이다. 이 책으로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데뷔작, "오랫동안 읽어온 새로운 목소리 가운데 최고"라는 호평을 받았다. '감동적이고 진지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고 있는 이 작품은 소년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내 이름은 댄 호프. 나는 머릿속 깊은 곳에 이뤄지기를 바라는 일들의 리스트를 간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닌자 그레이스가 북극에 있는 대학교에 가서 1년에 단 한 번, 24시간 동안만 집에 돌아오면 좋겠다. 나는 셜록 홈즈가 가장 위험한 미스터리를 풀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게 좀비 미스터리라면 한층 더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달에 착륙하는 최초의 열한 살 소년이 되고 싶다......(7쪽)

이렇게 소년 댄 호프는 이뤄지기를 바라는 일들의 리스트를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으로 나의 가장 큰 소원, 아빠가 나를 사랑하면 좋겠다.'라고 한다. 도대체 그의 가족에게는 무슨 일이 있는거지? 가장 이루기 어려운 소원이란다. 엄마를 설득해서 달까지 여행하는 것보다도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소년이지만, 평범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누구든 결핍에서 비롯된 소원이 있게 마련이다.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가족이 있다. 소파에 앉아서 땅콩버터 샌드위치를 먹고 있을 때 아빠가 TV화면에 나타난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아빠, 자신을 버린 아빠다.

바로 이 부분, '아이들을 버렸다'는 점이 가장 상처를 준다. 아빠가 집을 떠날 때 나는 겨우 일곱 살이었다. (11쪽)

 

호프가 펼치는 바스커빌 작전은 과연 무엇일까? 열한 살짜리 소년 댄 호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일단 손에 잡으면 휘리릭 읽어나갈 수 있는 유쾌한 소설이다. 상황 자체가 어둡다고 내용까지 어둡게 깔리는 것도 아니고,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보게 되는 소설이다. 깔깔 웃으며 읽어나가다가 문득 뭉클해진다. 웃음과 감동을 모두 준다. 너무 가볍지만은 않은 적당함이 마음에 드는 소설이다. 인위적인 마무리가 아니어서 더욱 마음에 들고 기억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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