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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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동물원에 간 기억을 떠올린다. 호랑이, 곰, 사자, 원숭이 등 온갖 동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을 바라보면 측은한 생각이 든다. 이들의 원래 고향은 이곳이 아닌데, 자유롭게 훨훨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이들의 행복일텐데, 마음이 아프다. 자유롭지 못한 동물에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 속에 갇혀 기운없이 창살 밖을 바라보는 이 동물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 번은 쇠사슬에 발을 묶인 채 힘겹게 걸어가는 코끼리를 바라보며 속상했던 적이 있다. 문득 코끼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난 괜찮아." 내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던 그 때, 코끼리의 눈을 보며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한 발 한 발 무겁게 디디던 코끼리는 오히려 마음 아파하며 쳐다볼 수밖에 없는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잊지마 넌 호랑이야』속에는 세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못생긴 호랑이 천둥, 날고 싶은 두루미 갑돌이, 동물원을 떠난 코끼리 꽁이와 산이. 제목을 보면 인간 세상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갇혀서 생활해야하는 동물들의 입장에서 쓰인 동화라 짐작이 된다. 이 책 속에는 자연 속의 동물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 아니다. 동물의 본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자유를 박탈당한 안쓰러운 자연을 그린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마음이 답답하고 무거워진다.

 

글쓴이의 말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이 동물들은 어떻게 동물원에서 살게 되었을까요?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렵고 야생에서 살아가기 힘들어서 제 발로 걸어 들어왔을까요? 아니에요. 동물들은 스스로 원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원해서 동물원에 살고 있어요. (136쪽)

할일 없는 동물들은 무기력해서 멍한 눈빛으로 우리 바깥을 바라볼 뿐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동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호랑이 천둥이, 우리에 갇혀 날지 않는 두루미 갑돌이, 넓고 푸른 아프리카 초원이 아닌 인간 세상에서 우왕좌왕하는 코끼리 콩이와 산이.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동물원에 갇혀 지내는 동물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보기에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읽고 동물들의 상황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보아도 좋을 것이다. 토론 주제를 넓혀서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어떤 부분에서는 감정 이입이 되어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쓰라린다. 자유로워야 할 존재가 자유를 박탈당했을 때, 그것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상관없이 고통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실과의 괴리감에 더욱 마음이 아플 것이다. 이 세 편의 동화를 읽고 한참을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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