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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걷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원래 여행을 좋아했던 건 아닙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서랄까, 떨떠름하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여행은 내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혼자일 때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잠깐 저기까지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갑니다. (『잠깐 저기까지만』_시작하며 中)
마스다 미리의『잠깐 저기까지만』에 나오는 글이다. 공감하게 될 부분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들어 여행을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 바쁘고 여유가 없으니 어디론가 떠날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다. 잠깐, 일상을 살짝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역할은 다 하는 것이다. 수짱 시리즈 만화의 작가인 마스다 미리. 만화도 만화 나름의 색깔이 있지만, 작가의 여행에세이는 공감할 만한 요소가 많다. 여행에 대해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손바닥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책 『마음이 풀리는 작은 여행』도 마스다 미리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분위기에 얼른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뉘어 간단하게 여행 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여행이라는 것이 큰맘먹고 거창하게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살짝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마스다 미리의 여행은 그런 점에서 잠깐 발걸음을 뗄 수 있도록 종용한다. 포시즌스 호텔 쓰바키야마장에서 일요일에만 먹을 수 있는 조식 플랜이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듣고 여자 둘이 아침에 만나기로 한 것이나, 신에노시마 수족관 1박 여행의 이야기를 보면, 여기저기 알아보았을 때 우리도 다양한 테마로 잠깐 기분 전환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다는 것은 영원히 가지 않을 가능성과 종이 한 장 차이다……. (40쪽)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여행할 곳이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움직이지 않으니 이 말이 마음에 콕 와서 박힌다. 덥다고 귀찮다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더니 어느덧 가을이 되었는데, 좋은 계절이 왔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이 요즘 일상이기 때문이다.
올나이트로 즐기는 봉오도리.(양력 8월 15일에 지내는 일본 명절 오봉 때 마을 주민들이 한데 모여 추는 춤) 해마다 열리는 '철야 봉오도리'에 참여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유가타를 입고 새벽까지 춤을 추는 단체 행렬이 눈 앞에 선하다.
"마지막 곡까지 추고야 말겠어!" 하는 묘한 일체감이 생겼다. 앞으로 점점 나이 들수록 못하게 되는 일이 많아지겠지. 일상생활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쓸쓸해지는데, 이렇게 밤을 꼬박 새워 춤추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말랑말랑해졌다. (56쪽)
'충전하는 여행이 아니라 내가 반짝반짝 빛난 여행이었다'는 봉오도리 여행의 감상은 마스다 미리도 평생 잊지 못할 여행으로 손꼽았다는 점으로 그 날의 열정이 전해진다. 조금씩 일상생활에서 일탈하며 특별한 경험을 쌓는 일이 여행이고, 마음 먹었을 때에 시행해야 한다는 느낌을 이 책을 읽으며 충분히 받게 되었다. 내일은 어디로 떠나볼까? 부담스럽게 먼 곳이 아니라 기분전환할 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의 간단한 여행을 꿈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