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쓴 인생론
박목월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 나를 사로잡았다.『밤에 쓴 인생론』이라니! 고요한 시간, 잔잔하고 차분하게 내면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에세이라 짐작했다. 게다가 작가가 박목월이라는 점에서 궁금한 생각이 들어 더욱 끌린 책이다. 더 이상의 이유는 필요없이 자연스레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 시절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받는 느낌으로 읽되, 밤에 쓴 인생론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밤에 조금씩 읽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답답했다. 아내의 이야기, 남편의 이야기, 읽어나가다보니, '아, 이런 것이 세대차이구나!' 느끼게 된다. 아내의 삶부터 왠지모를 답답함이 느껴졌다. 다른 시대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시대에는 그랬나보다.
"자네, 아내를 사랑하는가?" 이처럼 쑥스러운 질문을 할 자도 없거니와, 그와 같은 질문에 '나는 아내를 지극히 사랑합니다' 하고 대답할 만큼 숙맥 같은 자도 드물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아내를 사랑하느냐 하고 따지게 되면 '글쎄'라는 것이 우리들의 정직한 대답일 것이다.(42쪽)
하지만 '글쎄'라는 것이 결코 부정적인 암시를 내포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보다는 더 깊은 심도를 가지는 안정된 신뢰감, 그것은 키스 정도의 제스처로는 전혀 표현이 불가능한 깊이를 가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그제야 그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도 같다.
'아내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나 자신을 사랑합니다'하고 떠벌리는 일처럼 쑥스럽고 새삼스러운 일이다.(47쪽)'
 
이 책을 읽다보면 처음에 느꼈던 그 답답함은 뭉클한 감동으로 전이된다. 점점 빠져드는 책이다. 사랑에 대해 다방면으로 바라보며 생각해보도록 한다. 일상의 이야기에서 시작한 그의 에세이는 사랑, 고독, 행복으로 이어진다. 윗세대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인간 전체가 생각해 볼 기본 명제에 톨스토이, 릴케의 글을 던져주기도 하고, 시를 통해 바라보도록 하기도 한다. 읽다보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시인 박목월의 인간적인 삶을 엿보는 시간이 된다. 글을 읽을 때 중요한 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뒷장을 기어코 읽어야만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각 에세이의 첫 부분에서 던져주는 이야기에 그 다음 내용이 어떨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고, 그 자체가 이 책을 읽어나가는 힘이 되었다. 시대와 종교를 초월해서 박목월 시인의 생각에 대해 좀더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 
 
밤이라는 시간이 주는 감상적인 분위기 때문에 글귀 하나 하나가 더욱 마음에 들어와 박혔다는 생각도 든다. '시'로만 접했던 박목월 시인을 에세이로 접하는 시간이 낯설지만, 이 책을 읽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의 삶을 예측해보며, 그의 생각을 이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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