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읊조리다] 당신의 문장이 내 마음에 흔적 하나 남긴다면

순간을 읊조리다 - 삶의 빈칸을 채우는 그림하나 시하나
칠십 명의 시인 지음, 봉현 그림 / 세계사 / 2014년 8월

 

주저리주저리 말하지 않아도, 문장 하나로 마음에 흔적 하나 남길 수 있다. 그것이 시의 매력이다. 여기 칠십 명의 시인이 뭉쳐서 한 권의 책을 냈다. 이 책의 제목은『순간을 읊조리다』, 깔끔한 표지와 단순한 글이 눈에 들어온다. 삶의 빈칸을 채우는 그림하나 시하나, 마음에 담아본다. 이 책을 읽으며 시인들의 감성을 살짝 들춰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두껍고 난해한 책에 매달려 있던 시간, 복잡한 작업에 시달리던 순간 때문이었을까? 이 책의 단순함에 끌렸다. 때로는 이렇게 짧은 문장에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칠십 명의 시인은 짧은 문장의 글로 강하게 어필하고, 감성을 끌어올려주는 데에는 봉현의 그림이 한몫한다. 그림을 그린 봉현은 예전에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를 읽으며 접해보았다. 책 속의 그림이 나를 뒤흔든 책이었다. 글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 그림일텐데, 이 책에서 그림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칠십 명의 시인이 쓴 짧은 글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칠십 권의 시집에서 한 문장씩 뽑아내어 뇌리에 남을 순간을 탄생시키는 것. 이 책의 장점이다. 어느 순간, 이 책을 집어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면, 갑자기 '쿵' 마음을 두드리는 문장을 만나기도 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묘미였다. 짧은 휴식 속에서, 가까운 곳으로 잠시 나들이 떠났다가 무방비상태로 펼쳐들었을 때, 책 속의 한 문장이 마음에 훅 파고든다.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을 때, 감성이 메말라버린 듯한 느낌에 무언가를 통해 채우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짧은 글 속에서 마음을 울리는 순간을 만나고 싶을 때, 이 책은 당신의 감성을 채워줄 것이다. 잠깐 멈춰서서 이 순간을 음미해보자. 우주가 내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