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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전자 전쟁 -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
칼레 라슨 & 애드버스터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경제학이 다루어야 할 것은 곡선이 아니라 인간이다!
책을 읽을 때에 일단 '경제'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그 무게감에 머뭇거려진다. 읽을까 말까 망설인다.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것은 알고 싶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싶은 생각에 책을 펼쳐들게 된다. 특히 경제 분야 서적은 제목과 표지 그림에 눌려 본문을 읽을까 망설이다가, 읽고 나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이 책 또한 나에게 그런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4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께, 열린책들 특유의 빡빡한 글씨, 무엇보다도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조적 파괴'라는 표지의 글을 보며 '경제'라는 단어에 무게감을 느끼고 일단 벌벌 떨었다. 첫인상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면, 알고 나니 그렇게까지는 낯선 존재가 아닌 푸근한 이웃같은 책이다.
이 책은 주제를 전달할 때에 글자뿐만 아니라 그림과 사진, 도표 등이 잘 어우러져서 전체적인 이미지 전달을 효율적으로 한다. 세세한 세부 내용을 읽는 맛도 있지만, 그림과 사진, 간단한 문장으로 요약된 메시지를 응시하는 것도 신선한 자극이 된다. 시각적인 요소를 잘 활용한 책이다. 최대한 잘 포장해서 눈 앞에 대령해주는 느낌이다. 그림과 색깔로 강렬하게 호소하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볼 때, 와닿는 느낌이 달라진다. 강하게 다가오고 여운이 남는다. 그런 점이 이 책의 매력이었고, 이 책을 접하는 사람들의 폭을 넓혀주는 셈이다. 일반인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칼레 라슨. 유명 상업 광고의 패러디 광고로 유명한 『애드버스터스』지의 창립자이자 편집장이다. 이 책에서 경제학을 점령하자고 제안한다. 오늘날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인 신고전파 경제학의 논리에 도전하는 그의 목소리는 시원시원하다. 이 책을 보면 사진과 그림으로 주는 굵직굵직 강한 메시지와 글을 통해 은근히 불을 지펴 세세하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골고루 섞여 있다.
이 책을 보며 인류가 200년 동안 지속해온 성장 경제에 대해 멈춰서서 생각해본다.
소비주의 모델은 한계에 도달했다. - 베르나르 스티클러 (177쪽)
아직까지도 우리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양적 성장을 떠벌이는 것은 맹목적 오만이다. -허먼 데일리 (170쪽)
기하급수적 성장이 영원히 계속될 수 있다고 믿는 자는 미치광이 아니면 경제학자다. -케네스 볼딩 (329쪽)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이렇게 책을 보면, 이전에 책을 보며 결심했던 것을 떠올리게 된다. 현실에 무감각하게 지내다가 그나마 관련 서적을 볼 때라도 경각심을 일깨우게 된다. 주기적으로 읽으면서 각성하겠다고 결심했던 것조차 희미해진 무렵,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적절한 시점이었고,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