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적 메메드] 터키 리얼리즘 문학의 거장 야사르 케말의 장편소설

의적 메메드 - 상
야샤르 케말 지음, 오은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5월

 

요즘들어 다양한 소설을 읽어보고 있지만, 나에게 터키 소설은 생소했다. 소설을 읽을 때에 어느 순간 소설 속 상황 속으로 푹 빠져들어야 박진감 넘치게 읽어나갈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느낌을 받는 데에 꽤나 오래 걸리게 되었다. 아무래도 생소하다는 느낌과 터키의 어두운 시대 상황이 버무려져 마음을 무겁게 가라앉게 하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우리의 현실도 밝지만은 않기에 괜시리 답답한 느낌이 들어 책읽는 것이 더뎌졌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의적 메메드』를 통해 터키 소설을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터키 리얼리즘 문학의 거장' 야샤르 케말의 장편소설이다. 야샤르 케말의 작품은 터키 사회의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기에 그의 작품들은 자국 터키 내에서 정치적 탄압을 받게 된다. 그의 연혁을 보아도 71세에 2년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나온다.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터키 리얼리즘 문학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더욱 탄탄히 해주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메메드는 영웅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영웅과는 달랐다. 평범한 청년이 포악한 지주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구제하는 영웅으로 등장한다. 슈퍼맨처럼 척척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더디다. 그 점에서 각종 힘든 역경에 지치는 느낌이 들면서도,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메메드에게 몰입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시대의 영웅도 마찬가지이리라. 대단한 능력을 가진 영웅보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혹은 나 자신의 모습과 대비시켜 생각해볼 수 있는 영웅의 모습이 훨씬 현실적이긴 하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작가가 젊었을 때 어떤 생각을 가졌고, 어떤 계기로 『의적 메메드』를 집필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1953년 『의적 메메드』를 탈고하기까지는 석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그 작품이 완성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에게 있어서 소설이라는 작품이 '써야겠다' 생각하고 쓰게 된 것이 아니라 쓸 수밖에 없어서 그 순간에 표출되어 나온 것일테다.

 

이 책을 통해 야샤르 케말이라는 터키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의 연보를 보니 작품과 수상 내역이 가득하다. 유명한 작가와 한정된 국가의 작품을 위주로 접해온 나에게 엄청난 신세계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소설은 그의 30대에 발표한 초창기 작품이고, 이제 90세가 넘은 야샤르 케말의 다른 작품도 접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