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 기쁘게 살아낸 나의 일 년
수전 스펜서-웬델 & 브렛 위터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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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수전 스펜서-웬델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즉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마흔넷의 나이에 근육에 힘을 실어주는 신경이 파괴되는, 치료법도 치료약도 없는 병에 걸린 것이다. 이십 년 가까이 법원 담당 기자로 일하며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오던 그녀는, 이제 기자생활을 계속하기는커녕 일상생활조차 혼자서는 해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절망하며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남아 있는 나날을 기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집 뒷마당에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오두막을 만들고,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유콘으로, 키프로스로, 헝가리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을, ALS 환자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기록해 이 책을 펴냈다.

- 책날개의 글

 

가슴먹먹하고 슬픈 내용이라고 짐작했다. 막상 책장을 넘겼을 때에는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슬프지만은 않았고,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해 바라보게 되는 책이었다.

이 책은 질병과 절망에 대한 책이 아니다. 내 멋진 마지막 한 해의 기록이다.

내 자식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려주고, 비극을 맞닥뜨리고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선물이다.

기쁘게.

두려움 없이. (38쪽)

 

우리네 인생은 항상 슬프게만 흘러가지도 않고, 기쁜 일만 지속적으로 있는 법도 없다. 일상 생활이 되어야할 때, 어떻게든 적응하며 행복한 기억을 남기는 편이 합리적이다. 좌절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나날을 기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수전 스펜서-웬델의 이야기에 동의하며 글을 읽어나간다.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어쩌다가 잠깐 몸이 안좋아도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힘든데, 하물며 루게릭병으로 점점 기능을 잃어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세 아이를 키우며 기자생활을 하던 그녀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일이었으리라.

 

당신이 곧 죽게 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무엇을 보겠는가? 마지막 한 해를 누구와 함께 보내겠는가?

나는 진작부터 내가 여행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게 여행은 언제나 마법 같은 것, 삶의 본질이었다. 행복했던 많은 시간은 곧 내가 다녀온 장소였다. (71쪽)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별한 치료약이 없다면, 가만히 있는 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 마음을 읽게 되고, 많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건강할 때에 건강을 잃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어느날 갑자기 질병 선고를 받게 되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을 막막하게 한다. 건강할 때에 한번쯤 짚어보고 서로 생각을 나눠보는 것이 필요한 일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을 해야한다. 특히 질병 상태에서는 그 병을 어떤 방식으로 치료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힘든 결정이고, 최선의 선택을 해야한다. 그 결정에 후회없도록. 선택하는 법이야말로 그 사람의 가치관이다.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선택을 보고 알게 된다.

구글에서 미친듯이 검색해 잘못된 ALS 치료법을 찾지 않은 것, 고작 위약이나 얻으려고 호들갑을 떨며 임상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것, 치료약이 나올 거라는 그릇된 희망을 품지 않은 것.

수전 스펜서-웬델은 그런 선택을 했다. 이 책에서 보게 되는 그녀의 삶, 거기에서 불꽃같은 열정을 보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본다. '기쁘게 살아낸 나의 일 년'이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낸다는 것.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고, 손발을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있을 때, 보다 많은 부분에서 행복을 느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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