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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일러스트 - 잠산의
잠산 지음, 대남 남중훈 옮김 / 길벗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을 때에 한꺼번에 읽어버리게 되는 책이 있는 반면, 조금씩 조금씩 읽게 되는 책이 있다. 조금씩 아껴 읽은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잠산의 더 일러스트』그림 한 장, 글 한 장, 아끼고 아껴가며 읽어나갔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없었으며, 공감가지 않는 말이 없었다. 이 책 속의 그림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글과 그림이 마음에 드는 책이고,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 소장용으로도 손색 없는 책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잠산. 콘셉트 디자이너. 개인전 「사람이 모이는 곳」을 열었으며, 나이키 박지성 CF & 그래픽 노블, 엔프라니 로드샵 홀리카 홀리카 등 수많은 일러스트 작업의 콘셉트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이 책을 열어보면 '그림은 장난감이다 Painting is a toy'라는 잠산의 말이 있다. 책 속의 그림들에서 볼 수 있는 느낌은 잠산의 이 말 한 마디로 축약해서 짚어볼 수 있다. 무언가 잘 하려고 애쓰거나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즐기면서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보는 이의 마음에 그린 이의 즐거움이 전해지는 그런 작품이기에 보면서 즐겁다. 그래서 이 책의 맨 마지막에 있는 글귀 또한 마음에 와닿는다.
좋은 그림은 좀 모자라고 어수룩하더라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성들여 하나하나 생각하며 표현한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는 이가 아니라 그린 이가 가장 행복한 그림이 좋은 그림인 것이죠.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리세요. (324쪽)
이 책은 한 챕터씩 수업을 듣는 듯한 느낌으로 살펴보게 되었다. 그림에 눈을 집중하고, 글에 몰입하게 된다. 그림을 그릴 때에 어떤 점에 집중해서 포인트를 잡을 지 이 책을 보며 파악할 수 있다. 설명을 듣고 보니 그림이 더욱 잘 이해되고, 어떤 노력을 더 해서 완성을 하면 좋을 지 판단하게 된다. 매력적인 책이다. 강-중-약 기법과 칼날 세우기, 여백의 미, 아는 것 숨기기, 글자를 그림으로 번역하여 독자의 감정에 호소하는 법 등 한 번에 하나씩 수업을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보면, 작품을 직접 그려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을 것이다. 그러면 옆에 준비해둔 스케치북과 도구를 꺼내들고 신나게 작업하면 된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는 책이다. 그림을 그릴 때에 어떤 포인트를 살려서 그릴지 잠산의 작업을 바라보며 배우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내 안의 창작욕구가 희미해지고, 무엇을 그릴지 막막해질 때에는 다시 이 책을 꺼내들 것이다. 나에게 에너지를 주입해주는 그런 책이었다. 요즘에 읽은 책 중 정말 마음에 드는 일러스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