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
찰리 어셔 지음, 리즈 아델 그뢰쉔 사진, 공보경 옮김 / 서울셀렉션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찰리 어셔와 리즈 그레쉔의 글과 사진을 담은 책이다. 찰리 어셔는 2009년부터 '진짜 서울'을 스스로 탐험하기 위해 '서울 지하철 여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서울 탐험기를 영어 블로그에 담아내 서울 사람도 잘 모르는 서울의 아름다움과 독특함을 세계인과 공유하고 있다. 리즈 그레쉔은 사진 작가다. 그녀가 찍은 사진도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사실 인터넷 서핑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기에 이들의 블로그 이야기는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서울이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것, 참신한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흥미로운 서울 지하철 여행기 속으로 들어가보는 시간이 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을 때, 우리는 새롭게 보는 눈을 잃게 된다. 여행자의 시선을 잃지 않아야 일상이 활기로워짐을 잊게 된다. 결국 지겨운 일상도, 흥미로운 일탈도, 모두 내 마음 속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서도 충분히 새롭고 즐겁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음을 서울 안에 살 때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책의 기획이 참신하게 다가왔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이름조차 생소한 역이 가득하다. 가끔은 무작정 내려서 그곳을 둘러보고 싶은 생각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 뿐! 그저 목적지에 도달해야하는 의무감으로 가던 곳에만 가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이 책에서 서울 지하철의 여러 역을 만나볼 수 있다. 동대문, 종로5가, 방이, 강변, 명동, 올림픽공원 등 자주 가보던 곳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름만 익숙하거나 환승을 위해서 지하철 역만 들렀던 곳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어디론가 무작정 가서 아무 사전 지식 없이 그곳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지역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데에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동대문은 날아갈 듯 가벼운 무대 위 걸음걸이와 항구 지역에서나 볼 법한 무뚝뚝한 태평함이 뒤섞인 곳이라고 표현했다. 서울역에서 바닥에 그려진 노란선을 보고 놀라움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렇게 짚어주고 나니 새롭게 느껴진다. 지키는 사람도 금속탐지장치도 수하물 검사도 없이 무한 신뢰를 던져주는 모습에 '이렇게 신뢰를 받고 보니 내가 무척 선량하고 믿을 만하고 존중받을 만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표현한다. 이런 시선도 재미있다. 을지로4가는 종로,명동,동대문 같은 유명한 이웃들의 매력에 가려져 존재가 사라진, 이를테면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곳이라는 표현도 참신했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치는 날카로움도 볼 수 있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융 및 정치 중심지라는 점 때문에 여의도는 '서울의 맨해튼'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한국이 원래 '제주도는 한국의 하와이, 신사동 가로수길은 한국의 파리, 서울대학교는 한국의 하버드대학교'라는 식으로 무척 과장된 비유를 하는 경향이 있어 이런 별칭이 붙은 것이다. (여의도역_38쪽)

우리 집에 잘 오셨어요. 당신 집이랑 똑같이 생긴 집이에요. 어서 들어오세요. (반포역_96쪽)

서울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곳에선 기존 버전이 미처 다 완성되기도 전에 새로운 버전이 그 자리를 채우려 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상수역_162쪽)

이 나라에서는 성곽과 치아, 시신마저도 한곳에 영원히 고정되어 있질 않으니 한국인들은 돈,미모,스펙 같은 사소한 항목부터 시작해 주권, 민주주의, 독립성 같은 대단히 귀중한 가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늘 급박하게 추구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언제 또 어디로 사라져버릴지 모르니까. (동대입구역_200쪽)

 

이 책에서 보게 되는 사진은 서울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이다. 외국인 사진가이기에 이런 사진을 담을 수 있었으리라. 새로운 눈으로 서울을 바라보고,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글과 사진을 보며 역시 중요한 것은 여행지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기분이 들게 되는 여행지가 많다는 사실에 새로워진다. 그런 점에서 흥미롭고 색다른 여행기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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