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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 우리 시대 탐서가들의 세계 명작 다시 읽기
고민정 외 지음 / 반비 / 2014년 5월
평점 :
어린 시절에 책 속에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던가? 애써 기억을 떠올려보아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어린 나에게 비친 동화 속 이야기는 너무나 유치했고, 재미없는 위인전기 시리즈는 책에서 멀어지게만 했다. 안타깝다. 그 당시 내 마음을 울리던 단 한 권의 책이 있었다면, 나의 유년은 좀더 풍요롭게 기억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17인의 탐서가가 다시 읽고 기록한 어린이 문학의 황홀한 고전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책의 홍수 속에서 예전에 감동을 받고 읽었던 책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은데, 그것이 잘 되지 않고 있는 요즘이다. 당장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우연히 어떤 책을 집어들고 읽어보았을 때, 예전에 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 책임을 깨닫고 뿌듯한 생각을 하게 되는 장면을 상상한다. 책 자체에서 그런 느낌을 얻기 힘들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책을 들여다보며 나에게 적용시켜보기로 한다.
이 책이 좋은 매개가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이 책의 제목은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이다. 어른이 된 사람들의 눈으로 적어낸 글이다. 인상적으로 읽었던 작품을 하나씩 매개로 17인의 어른들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이런 류의 책이었음을 깨닫는다. 요즘들어 유명한 소설을 펼쳐들고, 억지로 감동을 받으려고 마음을 다잡지만, 딱히 나에게 감동적이지 못한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이미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졌기에, 남들이 감동받는다는 작품이 나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에, 당연히 나에게 와닿지 않았던 것이리라.
그래서 이 책에 펼쳐진 내용이 오히려 마음에 다가온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바라본 동화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는 각계각층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아나운서, 시인, 도시 건축가, 기자, 작가, 교수, 경제학자, 도서관장, 박물관장, 노동당 부대표, PD, 소설가, 번역가. 다양한 직업만큼 각양각색의 작품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 흥미로웠다. 글을 쓴 사람들의 특징이 오롯이 느껴지며, 그들이 이야기하는 책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간이다.
한 권의 책 속에서 다양한 세계를 만나보는 느낌이다. 이들의 이야기로 플랜더스의 개, 레 미제라블, 비밀의 정원, 어린 왕자, 크리스마스 캐럴 등의 옛이야기가 재탄생되는 마법을 보게 된다. 짤막짤막 이어지는 글을 읽으며, '나도 이 책 읽었는데...그때 나의 느낌은 이랬지.' 생각해본다. '나도 이 책 찾아봐야지.' 수첩을 꺼내들고 하나씩 적어 나간다. 새롭게 알게 되는 책,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