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유감 -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
문유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멀게만 생각했고,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고만 여기던 '판사'. 그들도 '사람'이라는 점을 간과했던 것일까? 그들도 인간이다. 이 책은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엮어낸 것이다. 이렇게 책을 통해 판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를 읽는 것은 생각보다 흥미로운 일이 되었다. 저자의 글솜씨 또한 그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들은 원래 출간을 목적으로 하여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쓴 글이 아닙니다. 법원에는 내부통신망이 있고 법관용 게시판이 있습니다. 사내보 격인 '법원회보'도 있지요. 주로 10년여에 걸쳐 틈틈이 그런 공간에 올렸던 글들입니다. 대부분 동료 법관들을 독자로 하여 썼고 동료 법관들이 댓글도 달며 공감해주곤 했으니 '판사들의 수다'인 셈이지요. (프롤로그_11쪽)

 

판사의 글이 이렇게 흥미로울 줄 몰랐다!

이 책의 맨 앞에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추천글이 있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그 말이 정말 맞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추천의 글처럼 흥미롭고 눈에 쏙쏙 들어오는 글모음이다. 판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글이다. 나또한 말하고 싶다. '판사의 글이 이렇게 흥미로울 줄 몰랐다!'

 

이 책은 현직 부장판사가 들려주는 법과 사람 이야기다. 여러 이야기가 에피소드처럼 담겨 있어서 틈틈이 하나씩 꺼내들어 읽어나가며 관련된 생각을 펼쳐나가기에 좋다. '파산이 뭐길래'를 보며 나 또한 실제 파산부에서 접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다른 면으로 오해했던 것이 많았던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음주운전, 어찌 하오리까!'를 읽고, 마지막 부분에 '못 먹는 폭탄주라도 말아 먹으며 고민해 봐야 하나요?' 한 마디에 웃는 시간도 보낸다. 한국형 세미나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도 인상적이었다. 각종 세미나나 심포지엄에 참석할 때 아쉽게 느끼던 점들을 이야기한다. 다른 집단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판사들에게도 그런 면이 있었다니, 역시 우리나라는 토론 문화와 친하지 않은가보다.

 

판사라는 직업에 대해 특히 공감하게 된 문장은 다음과 같다.

판사는 3D 직종이랍니다. 이런 사연들만 보면서 살다보면 인간에 대한 절망과 냉소에 빠지게 돼요. 그래도 인간에 대한 신뢰나 나약함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아야겠죠. 그래서 답을 찾을 능력도 없는 주제에 구원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곤 합니다. (99쪽)

어떤 직업이든 쉬운 것은 없지만, 그들 집단에서는 인간에 대한 신뢰나 나약함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는다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판사 이전에 인간입장에서 바라본 세상사를 접해볼 수 있었다. 술술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줄줄 읽어보는 시간이다.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었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판사의 글이 이렇게 흥미로울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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