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덧 5주기. 세월 정말 빠르다. 이 책은 한 일간지에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1년간 연재되었던 120편의 칼럼 중 계절에 관한 시 29편을 담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강렬한 필치로 묘하게 마음에 와닿는 그림인 김점선 화가의 작품과 함께 담겨 있어서 읽는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책이다. 모처럼 시와 함께 마음을 치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 추천의 글에는 이해인 수녀의 이야기가 있다. 장영희 교수의 편지와 김점선 화가의 그림이 걸려있는 이해인 수녀의 글방, 좀 더 살아야 했던 분들인데...... 셋이 만나기로 한 약속이 어긋나버리고, 이제는 영영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통해서 그 분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책은 장영희와 김점선이 하늘나라에서 우리에게 함께 보내는 봄 편지, 희망과 위로의 러브레터입니다.

(추천의 글_2014년 어느 봄날에 이해인)

 

이 책에는 1월에서 12월에 걸쳐서 어울리는 시 두 편 혹은 세 편이 담겨있다. 책장에 두고 한 달에 한 번, 펼쳐들고 싶은 책이다. 지금은 5월! 그래서 5월 부분이 더욱 크게 마음에 와닿는다.

너무 옅지도, 짙지도 않은

청순한 푸름의 계절, 5월입니다.

꽃비 내리는 이 아침,

아픈 추억도 어두운 그림자도

다 뒤로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5월 속에 있으니까요. (64쪽)

 

짧은 글과 함께 시와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이해인 수녀의 말처럼 '희망과 위로의 러브레터'라는 느낌이 든다. 특히 5월의 시 중 <연금술>에 마음을 빼앗긴다. 이래서 시를 읽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독자들이 특별히 더 좋아하는 시 중에 이 시도 포함되어 있으니, 이 시는 여러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연금술

                                            러 티즈데일

 

봄이 빗속에 노란 데이지꽃 들어 올리듯

나도 내 마음 들어 건배합니다.

고통만을 담고 있어도

내 마음은 예쁜 잔이 될 겁니다.

 

빗물을 방울방울 물들이는

꽃과 잎에서 나는 배울 테니까요.

생기 없는 슬픔의 술을 찬란한 금빛으로

바꾸는 법을.

 

사실 주기적으로 시를 찾아서 읽는 성향은 아니기에, 이렇게 달별로 두 세 편씩 시를 소개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시를 읽겠다는 의욕은 있지만, 생각처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린 시 만이라도, 한 달에 한 번 음미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2005년 5월 27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인터뷰 기사를 발췌 정리한 인터뷰가 실려있다. 장영희 교수도 김점선 화가도, 좀더 이 세상에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까운 느낌이다. 지친 마음을 쉬어가도록 위로해주는 시와 그림으로 한 박자 멈춰서서 인생을 바라보는 시간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