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 더 깊고 강한, 아름다운 당신을 위한 마음의 당부
김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던 때를 떠올려본다. 학창 시절, 독서실에서 몰래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듣곤 했다. 사방이 조용하니 이어폰에서 나오는 목소리와 음악이 새로운 세계와 연결시켜주는 통로 같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나만의 휴식이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당연스레 멀어졌지만, 학창 시절 나를 몰래 다른 세계로 초대해주는 일상 속 소심한 일탈이 라디오였던 셈이다. 가끔은 예전에 라디오를 듣던 그 시절 그 마음으로 되돌아가 감정을 살려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세상의 모든 음악''당신의 밤과 음악''별이 빛나는 밤에'의 작가 김미라가 들려주는 감성 에세이라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천천히 읽으면서, 조용히 곱씹으며 감상에 젖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감성을 자극하는 글을 읽고 싶었다. 그 당시에는 매일같이 라디오를 켰으면서도 지금은 이상하게도 안 듣게 된다. 유행하는 노래도 다르고, 예전보다 왁자지껄 정신없는 분위기로 흘러가기에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어쩌면 점점 문화의 중심에서 멀어져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조용히 책으로 읽는 시간이 좋다. 이 책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를 통해, 책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접할 기회가 없어서 듣지 못했을 글을 읽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을 읽는 시간, 괜찮았다. 이 책은 한꺼번에 읽을 책이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읽어나가야 하는 책이다. 이 책의 구성은 첫 문장에 밑줄이 그어져 있고, 그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짧은 글들이 묶여서 한 권의 책이 된 것이다. 라디오를 한꺼번에 몰아서 듣는 느낌도 든다. 어떤 글을 펼쳐들고 읽어도 상관없다. 고요한 밤 시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장소에서, 손에 닿는 대로 펼쳐들고 읽어보면, 갑자기 크게 와닿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감성지수 최대의 시간에 이 책의 글귀는 마중물이 되어 내 마음을 적시게 된다.

 

스웨터가 따뜻한 이유는 털실 사이에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사이'란 '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털실과 털실 사이의 공간이 따뜻함을 품는 것처럼. (22쪽)

삶이 삐걱거리고, 뚝뚝 생가지 부러지는 듯한 소리를 낼 때가 있다. 나무로 지은 집이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제자리를 잡듯 삶도 그렇게 뼈를 맞추는 순간들이 있다. (59쪽)

 

 예전에 라디오를 듣던 때를 떠올리게 되는 책이었다. 그 때에 비하면 짧은 시간에 다양한 글을 접하게 된 것이리라. 일상 속에서 글감을 찾고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책을 보다가 '맞아!' 소리내며 공감할 수 있을 때, 그 책을 읽은 보람을 느끼게 된다. 오랜만에 감성의 세계를 휘젓고 다닌 듯한 느낌을 받은 책이다. 천천히 아껴가며 읽어야 그 맛이 제대로 우러나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