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소울메이트 고전 시리즈 - 소울클래식 3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세나 옮김 / 소울메이트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때다. 울적하고 힘든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 책에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글이 수록되어 있다고 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나또한 릴케의 따뜻하고 진실한 조언을 듣고 힘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듣고 힘을 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주며 힘을 주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릴케는 과연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한 생각에 이 책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보게 되었다.

 

 1902년 늦가을. 카푸스는 비너노이슈타트에 있는 육군사관학교 정원의 밤나무 고목 아래 앉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집을 읽고 있었다. 교수님들 가운데 유일한 민간인이신 호라체크 학교 목사님께서 책표지를 살펴보시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집이라?" 여기저기 책장을 뒤적이며 몇 줄 훑어보시고는 생각에 잠긴 듯 먼 곳을 바라보시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렇군, 옛날의 생도 르네 릴케가 시인이 되었어."

 

 이 책은 머릿말의 일화에서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 가냘프고 창백했던 소년의 이야기를, 부모의 손에 이끌려 15살에 장크트푈텐에 있는 육군소년학교에 입학하게 된 시인의 이야기를, 나또한 그 자리에서 함께 듣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교수님은 그 소년을 조용하고, 진지하며, 뛰어난 젊은이로 묘사하셨다. 그런 대화가 있고 난 후, 직접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 시 몇 편을 보내 그분의 의견을 묻고 싶은 마음이 당연스레 샘솟았을 것이다. 당시 카푸스는 스무 살도 채 안되었고, 시를 쓰고 있었으며,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는 것 같은 직업의 문턱을 넘어서려는 참이었다. 그들의 편지왕래는 1908년까지 지속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 받은 편지 열 통이 수록되어 있다. 요즘에는 웬만하면 이메일로 뚝딱 편지를 교환하기 때문에 손편지로 주고받는 것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시간 투자도 더욱 필요하고, 정성이 가득 들어가야할 듯하다. 나또한 릴케에게 직접 편지를 받고 조언을 듣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 저런 생각때문일까? 이 책을 읽으며 릴케의 따뜻한 배려심이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당신은 제게 당신의 시가 좋냐고 묻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미 물어보았을 겁니다. 잡지사에 보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와 비교도 해보았겠지요. 그리고 어떤 편집자가 당신의 작품을 되돌려주면 분명 불안감을 느낄 겁니다. 제게 충고를 해도 좋다고 하셨기에 감히 말씀드리는데, 제발 그런 일은 이제 그만두십시오.

당신은 자신의 바깥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충고를 해주거나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제 단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자기자신 속으로 파고들어 가서 당신에게 글을 쓰라고 명령을 내리는 그 근거를 찾아보십시오." (18쪽)

 

 릴케는 글쓰기에 대해 표면적인 평가를 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진 자신에게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직접 읽어볼 책에 대해서 추천하기도 하고, 책을 통해 어떤 것을 얻게 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릴케에게 창조의 본질과 그 깊이와 영원에 대해 가르침을 준 사람은 위대하고도 위대한 시인 야콥센이고, 다른 한 사람은 오귀스트 로댕이라고 한다. 그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증대된다.

 

 이 책은 정돈된 방에서 스탠드만 켜고,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에 혼자 읽을 때, 그 느낌이 극대화되어 다가온다. 릴케의 이야기가 좀더 크게 다가오고, 그가 이야기하는 고독에 대해 곱씹어보게 된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릴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된다. 마음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주는 느낌이다. 단지 10통의 편지글에 불과하지만, 나의 마음도 무언가 후련하다. 헤매고 있던 길에 방향을 제시해주는 느낌이 든다. 글로 마음을 위로받는 느낌이 이런거구나,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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