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 반짝하고 사라질 것인가 그들처럼 롱런할 것인가
이랑주 지음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여행을 할 때, 꼭 가게 되는 곳 중 하나가 전통시장이다.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물건들을 구경하며,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곳만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일상을 짐작해보기도 하고, 나라별로 각양각색 다른 분위기가 눈을 즐겁게 한다. 물건 구경도 재미있고, 사람 구경도 신난다. 힘들기도 하지만 획일적인 관광지와는 다른 느낌으로 기억되어 여행 후에 좋은 추억이 된다.

 

 이 책은 비주얼 머천다이저(VMD) 이랑주의 저서다. 비주얼 머천다이저? 생소한 느낌이다. 그녀는 VMD라는 어려운 말 대신 스스로를 '상품가치연출' 전문가라고 소개한다고 적혀있다. 그렇게 하니 어떤 일을 하는지 와닿는다. '소상공인 맞춤 VMD'라는 영역을 개척하고 승승장구하던 중 그녀는 모든 일을 내려놓고 돌연 세계 일주를 떠난 것이다. 이 책은 1년간 40여 개국 150여 개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점포를 둘러보고 돌아와서 펴낸 것이다. 전문적인 시선으로 세계 곳곳의 전통시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재미있게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 좋다. 기대 이상인 책이었고, 살짝 넘어갈 수 없이 흥미로웠다. 그저 전통시장을 돌아다녔다는 감상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전통시장에 어떤 것을 접목시키면 좋을지 딱딱 짚어내는데, 그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 뱅크같은 느낌이다. 통통 튀는 에너지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 권의 책 속에서 세계 곳곳의 독특한 상점을 만나보는 시간이다. 일본 서점에서 간장을 팔고 있는 모습, 뉴욕 소호 요가복 판매 매장에서 직접 요가 시연을 하고 있는 요가 선생님 사진, 생선을 세워서 진열하는 아테네 중앙 시장의 생선진열법 등 난생 처음 보는 모습에 신기한 느낌이 가득해진다.

 

단순히 시장의 특이한 모습만을 나열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생각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여러모로 생각하며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정답이란 애당초 없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하면서 이곳에서는 옳은 것이 저곳에서는 나쁜 것이 되는 상황을 경험해 보았다. 정답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모두 다르고, 또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삶에 대한 자신만의 각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해답이 될 수는 있다. (199쪽)

 

 누군가 짚어주고 나서야 그것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나보다. 직접 여행을 하면서 재래시장을 찾기는 하지만, 제품의 진열이나 그곳 시장만의 분위기 등을 유심히 본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되었다. 보아도 본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아가게 된다.

 

 요즘 대형마트에 밀려 재래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나도 몇 번의 안좋은 기억이 떠오르며 재래시장에 가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골집 아니면 안좋은 물건을 특별히 비싸게 사게 되는 경험도 하게 된다. 하지만 이왕이면 오랜 시간 지켜온 북적북적 인심좋은 시장이 기분 좋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곳'이기에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함'으로 무장하고, 나같은 고객을 끌어들였으면 좋겠다고 내심 바라게 된다.

 

 처음에는 이 책을 상인들이 읽고 접목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누구나 읽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계 곳곳의 시장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고, 상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과 접목시켜서 아이디어를 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특별함은 무엇인지, 어떤 점을 끌어들여 이용해볼지, 어떤 것이 있었으면 좋겠는지, 여러모로 생각에 잠기게 되는 시간이다. 역시 세계는 넓고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아는 곳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모르는 세계를 들여다보며 배울 필요가 있다.

 

아는 세계에서 모르는 세계로 넘어가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다

_클로드 베르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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