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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기 - 시와 그림이 있는 이시향의
이시향 지음 / 창연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봄이 되었다. 얼어붙은 감성이 살짝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시와 그림을 보며 봄이라는 계절에 맞게 감성을 일깨우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니 계절에 어울리는 낭만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내가 미처 못보는 세상을 시인의 눈을 통해 바라보고 싶어서 이 책 『시와 그림이 있는 이시향의 마주보기』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버리지 못하는 기억들에 대하여
나는 추억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가물거리는 기억 주섬주섬 모아
그리움으로 그림을 그려 넣어
망설임 없이 마주 보기라 하였습니다. (저자의 말)
이 책의 저자는 이시향 시인. 제주도 출생이며 2003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인의 시와 함께 그림이 담겨있어서 인상적인 책이다. 아쉬운 것은 분량. 읽다보니 너무나 빨리 끝나버린다. 시화로 구성했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이 시집에 담긴 66편의 시화는 시인이 한 편 한 편 정성스럽게 직접 쓰고 그린 작품들이라고 한다.
이 책에 담긴 시는 읽는 시기에 맞추어 그 느낌이 다를 것이다. 지금은 사랑 중이거나 사랑을 막 마친 후가 아니기에 사랑에 관한 시는 딱히 와닿지 않았다. 그것은 역시 시기의 문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이면 남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나의 마음에 파고드는 시는 〈슬픈 날에는 꼭 비가 내리더라〉이다.
오라고 한 적 없는 비가/슬픈 날에는 꼭 내리더라//슬픈 날에는 꼭 비가 내리더라 中
세월호 사건으로 인터넷 게시판이 떠들썩하다. 외출 중 들은 소식으로는 전원 구조될 것이라고 했는데, 뉴스를 보니 반전이다. 맑은 날씨는 어느덧 흐려져 종일 비가 내리고 있고, 아픈 마음은 몸까지 가라앉게 한다.
또한 〈그리움〉이라는 시도 인상적이다. 그림 속에서 자연을 보며 그리운 마음 채워보는 시간이다.
그리움
하얀 여백에
한 조각구름 그리니
하늘이 되더라
그 밑으로
선 하나를 그리니
바다도 생기더라
바다 위에
동그란 햇님 그리려다
너의 얼굴 그리니
그리움만 빛나더라
그림과 함께 보면 시가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소장해두고 감수성에 기름칠을 하고 싶을 때에 꺼내 읽고 싶은 시집이다. 시의 언어는 마음까지 부드럽게 해주는 묘미가 있다. 깔끔한 그림과 어우러져 감성을 돋우는 그런 시와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