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 - 가이드북에 없는 유럽의 작은 마을 탐방기
톰 체셔 지음, 유지현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 책자를 읽는 것이 취미다. 책을 보며 상상 속으로 여행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여행해본 곳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생소한 곳에 대한 글을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천 번의 여행에서 찾은 수상한 유럽 』이다. 가이드북에 없는 유럽의 작은 마을 탐방기라고 하니, 내가 이곳들을 직접 여행할 일은 없을 것이고,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여행지를 탐방하는 기분은 만끽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렇게 '수상한 유럽' 여행기 속으로 들어가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톰 체셔. 책날개에서 보게 되는 지은이 소개가 인상적이다.

20년간 〈더 타임즈〉에서 여행기자로 활동하며 영국 주요 언론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그는 여행기자와 작가로 일하며 전 세계 80개국 이상을 방문해 더 이상 새로운 곳이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한 계기로 새로운 스타일의 여행을 계획한다. 저가 항공기를 타고 들어본 적도 없고 발음하기도 힘든 유럽의 작은 도시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여행의 결과물로 그만의 유머와 재치를 통해 새로운 유럽의 모습을 가득 담았다.

 

 유럽 여행 중 저가 항공을 타고 이동한 적이 몇 번 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놀라 믿을 수 없어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경험도 있었다. 물론 시내로 나가는 교통편이 없어서 밤새 공항 노숙을 감행하고, 일행들은 그 다음 날 14시간을 내리 잠만 자는 것으로 그 값은 톡톡히 치른 경험이다. 또한 노선이 있으리라 기대를 안하고 클릭하다가 이동할 수 있는 비행편이 있어서 덜퍼덕 예약을 했다가 후회했던 적이 있다. 출발 시간이 너무 이른 새벽이기에, 그 전날 아무 볼 것도 없는 공항 근처의 도시에서 괜히 1박을 해야했다. 눈까지 내리고 길에는 사람도 없고, 스산한 느낌만 가득 받은 곳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여행이 기억에 남긴 한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공항의 매력이 집중된 곳은 터미널 천장에 줄줄이 매달려 비행기의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텔레비전 화면들이다. 미학적 자의식이 전혀 없는 그 모습. 노동자 같은 상자와 보행자 같은 활자는 아무런 위장 없이 자신의 감정적 긴장 상태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을 드러낸다. (여행의 기술_55쪽)

그랬다. 나는 공항에서 이미 예정된 목적지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사실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계획 그대로의 여행보다는 일탈을 꿈꾸기도 했다. 그 화면을 보다보면 이름조차 처음 듣는 곳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그곳으로 향하는 수많은 비행편이 있고 그곳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무작정 그곳으로 향해서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이름만 알고 아무 정보도 없는 곳에 가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일 것 같고, 진정한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상상일 뿐! 나는 조용히 예정된 여행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며 흥미로웠다. 가이드북을 보며 그곳에서 알려준 대로 보고 맛보고 쉬는 것이 안전하기는 해도 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실험적 관광에 눈이 번쩍 뜨인다.

'실험적 관광' 이것은 1990년 스트라스부르 출신의 프랑스인 조엘 앙리가 창안한 것이다. 지금 50대인 앙리는 유명 도시에서 보내는 판에 박힌 휴가와 클럽 메드 같은 리조트에서 보내는 주말이 지겨워져 '실험적 관광 연구소'라는 단체를 창립했다. 그 홈페이지에서 바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처럼 주사위 굴리기 식으로 짜는 휴가 계획법을 주창하고 있다. 그의 실험적 관광은 말 그대로 각 숫자에 목적지를 배정하고 주사위를 굴리는 방식에서부터 눈가리개를 하고 친구와 함께 익숙한 도시 중심부를 여행하며 감각을 배제하고 그곳을 경험하는 방식에 이른다. 또 견공 가이드도 있다. 개를 빌려 그 녀석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 보는 것이다.

다른 추천 여행 방법으로는 에로 여행과 향수 여행이 있다. 에로 여행은 연인과 함께 주말에 여행을 떠나되 각자 다른 곳에서 출발하여 사랑의 직감이 서로를 같은 장소로 이끌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고, 향수 여행은 제2차 세계대전 전에 출간된 베데커 여행 안내서를 가지고 떠나는 것이다. 또 기차나 지하철의 종착지로 떠나는 방법도 있다. (89~90쪽)

 

 이 책의 차례에 보면 어느 곳 한 군데 직접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그것은 당연한 일. 유럽 여행을 그렇게 샅샅이 한 것도 아니고, 가이드북에 없는 곳이라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커녕, 이름조차 처음 보는 낯선 곳임에 틀림없다. 저자의 여행 방식에 색다른 흥미를 느꼈기에 궁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의 여행 방식에는 동의하게 되지만, 여행기는 살짝 흥미를 잃도록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곳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오히려 실험적 관광을 적극 시도하여 주변을 돌아다녀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샘솟은 점이 나에게는 높이 평가된다. 그 점으로 별을 많이 주면 좀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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