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 족보 샘터어린이문고 47
임고을 글, 이한솔 그림 / 샘터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꿈을 꾸는 줄 알았다. 잠결에 묵직한 뭔가가 날 누르는 게 느껴졌다. 숨 쉬기가 불편했다.

단순히 가위 눌린 것이 아니라 실제 뱀이었다면 얼마나 놀랄 일인가? 이 책의 이야기는 으스스한 구렁이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요놈봐라? 말을 할줄도 알고,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것은 기본! 암컷 구렁이 스스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암컷구렁이 스스의 요구는 뜬금없다. 다짜고짜 족보(정확한 건 아니지만, 족보라 부르기로 했다)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내 가족의 얘기를 기록해 주렴. 아주 머나먼 과거까지......"

"언젠가는 나도 죽을 걸 안단다. 바라는 건 간단해. 내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구렁이가 아니었으면 하는 거야. 그건 너무 쓸쓸하잖니? 그걸 내 힘으로 막을 수 없다면 구렁이가 이 땅에서 살았다는 기록만이라도 남기자고 결심했어. 그래서 너에게 부탁하는거야."

 그 이후, 스스는 먼 옛날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기 시작한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가며 이야기를 받아적으니 구렁이가 칭찬한다. 구렁이에게 인정받고 날아갈 듯 뿌듯하다는 표현을 보며 박장대소했다.

 

 이 책은 샘터어린이문고 시리즈 47권으로, 초등학교 3~4학년을 위한 한국창작동화다. 재미는 기본! 전체적인 구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드는 동화책이다. 독특한 소재에 뛰어난 상상력이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되는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 뛰어난 흡인력이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구렁이에 대해서 심도있게 표현하고 있어서 아이들이 구렁이에 대해 상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예로부터 전해져내려오는 이야기를 구렁이의 입장에서 새롭게 재해석한 것은 압권이었다. '은혜갚은 까치' 이야기를 구렁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독특한 해석이 되어서 흥미롭다. 아무래도 인간 사회에서 듣게 되는 이야깃속에서 편협적인 사고방식으로 구렁이를 대했나보다. 그런데 작가는 어떻게 그렇게 구렁이의 입장에서 제대로 해석을 했을까? 혹시? ㅋㅋㅋ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책을 읽으니 나도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되는 시간이다.

 

 마지막 장면은 아무래도 짠한 느낌이다. 구렁이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 스멀스멀 파충류의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면, 뒤로 갈수록 먹구렁이 스스 아줌마의 매력에 나도 함께 빠지게 되어 정이 들어서 그런가보다. 언젠가 한 번은 꼭 보고 싶은 구렁이, 멋진 구렁이 아줌마를 이 책을 통해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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