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제목부터 눈에 들어왔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제목을 보고 마음 속 깊이 와서 박혔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주말엔 숲으로』도 부담감 없이 자연 속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적절하게 가미해서 읽기에 좋았다. 인생의 해답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 스스로 각자 자신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의미가 된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든 이 책의 제목을 보며 떠오르는 사람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마스다 미리의 여자 공감 만화 시리즈는 다양한 주제로 공감 코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소소한 일상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되는 것이고, 이 시대 일본 여인들이 공감하는 일상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제목에서 느낌이 왔다.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만 싶었는데, 문득 어른이 되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마음은 어린 시절의 그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 비치는 나자신이 낯설어보인다. 어린 시절에는 얼른 나이를 먹고 싶었는데, 이제는 늙어가는 처지가 되고 보니 나이를 조금 천천히 먹고 싶어진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문득 아득해진다. 또한 첫장을 넘기면서 '법령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묘한 느낌이 든다.

입 양쪽에 여덟 팔자로 들어가는 법령선은 인물의 나이를 표현하는 하나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선을 길게 넣으면 나이 지긋한 얼굴이 되고, 젊은 사람은 아무것도 없이 매끈하게 그린다. 30대까지는 그리지 않아도 괜찮은데, 40대에도 그릴 필요가 없으려나. 그렇다면 대체 몇 살부터 법령선을 넣어야 할까? (9쪽)

 

 이 책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다. 마스다 미리는 1969년 오사카 출생의 만화가. 진솔함과 담백한 위트로 진한 감동을 준 만화 '수짱시리즈'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화제의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은 작가 소개글에서 보듯 '만화 '수짱 시리즈'의 작가 버전이라 할 만한 산문집'이다. 마흔 세 살의 저자(사실은 마흔 네 살), 43세라고 쓰고 싶어 허겁지겁 후기를 쓰고 있다면서 후기를 대신하여 만화를 그렸다. 나이를 한두살씩 깎고 싶은 여성의 심리를 작가의 입장으로 나타내니, 그것을 보고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저자의 글을 보며,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을 법한 상황이 하나 둘 이해가기 시작했다.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일까?

 아빠나 엄마, 이웃 사람들이나 친척 모두. 나누는 대화란게 언제나 춥네, 덥네 하는 얘기뿐이었다. 그런 어른들이 참으로 이상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나도 당연한 듯이 그러고 있다. (36쪽)

 

이래저래 열두 시간이나 친구와 밤놀이를 하고 있잖아. 젊어, 젊어. 그러나 집에 돌아온 뒤에 생각을 고쳤다. 잠이 오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자는 것도 체력이 필요하구나, 생각하면서 멍하니 천장만 보았다. (96쪽)

 

 부모가 되어봐야 비로소 부모의 고마움을 안다고 하지만, 각자의 타이밍대로 고마워해도 좋지 않을까. 앞으로도 "고마웠다"고 느낄 일이 새롭게 나올지도 모르므로. 그때마다 고마워하면 된다는 생각이 드는 마흔세 살의 봄이다. (159쪽)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에는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담백함이 있고, 서서히 뇌리에 남아 우리 일상을 바라보게 되는 소소함이 있다. 이번에 읽은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도 마찬가지로 소소하고 담백한 일상 속 이야기에서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금 현실, 있는 그대로의 지금, 이런 모습이고, 이것 또한 괜찮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