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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바람의 길을 걷다 - 고비사막에서 엄마를 추억하며 딸에게 띄우는 편지
강영란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14년 2월
평점 :
인도 배낭여행을 하며 기차에서 보낸 시간이 떠오른다. 짧게는 몇 시간이면 가는 거리도 있고, 길게는 2박 3일을 달린 경우도 있었다. 도착지까지 남은 시간을 카운트다운하며 때로는 기억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기고, 때로는 일부러 잠을 청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더이상 시간은 금이 아니다. 버텨내야 할 과정인 셈이다. 현재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 속에서 여행을 하는 것이고, 과거의 시간 속으로 기차와 함께 끊임없이 달린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버텨야 하는 것, 그런 시간이 있기에 여행은 생각에 잠길 계기를 마련해주고, 주변 사람들을 더욱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뜨게해준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어느 곳을 여행하든 여행자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비친다. 같은 여행자의 여행일지라도 그 당시의 감정에 따라 여행에서 중점적으로 생각되는 것이 많이 다르다. 여행지 자체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는 시간이 있는가 하면, 여행지를 바라보며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와 가족의 과거 시간을 찬찬히 들춰보는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한다. 어떤 시간이든 일상을 벗어나 익숙치 않은 광경을 보며 자기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은 의미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여행기가 있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그렇기에 여행 책자를 즐겨 읽는데, 이번에는 이 책 『엄마와 딸, 바람의 길을 걷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며 '고비 사막'이라는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자 앞으로도 갈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 같은 여행지와 '엄마와 딸'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람 여행'을 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이 책은 고비 사막 여행과 3대를 이어가는 여인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이 계기가 되어 여행을 통해 가족을 바라보게 되는 책이다. 누군가의 딸이 자신의 딸을 키우며,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딸과 함께 고비 사막을 여행하며 오래전 엄마가 하셨던 말씀을 딸에게 전한다. '고비 사막'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는다면 기대와는 약간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엄마와 딸'에 초점을 맞추어 읽으며 고비 사막 여행 사진을 덤으로 보게 되는 느낌이다.
사실 이들의 여행지가 어디든 상관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이었기 때문에 떠오른 상념들이 책으로 정리된 셈이다. 이 책에서는 여행지의 풍경과 사람 살이의 풍경을 전해주고 있다. 낙타, 양고기 칼국수, 도마뱀, 마유주, 수태차와 코담배, 달빛 화장실 등이 그곳이었기 때문에 접할 수 있었던 여행지의 풍경이고, 여행을 떠났기에 떠오른 생각은 '엄마와 딸'이라는 큰 들에서 삶의 풍경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사진과 글을 보며 여행지의 풍경을 가늠해보고, 글쓴이가 들려주는 '엄마와 딸'이야기를 보며 나 자신의 시간을 떠올려본다. 책을 통한 간접여행은 누군가가 짚어주는 이야깃속에서 다양한 생각 속에 빠져들 계기가 된다.
한 인간의 삶은 유한해도, 인류의 삶은 끊임없이 반복되어 이어진다. 누군가 죽고 또 누군가는 새로 태어나며 세상에 발을 디디는 사람들이 세대를 거듭해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부모와 자식이 이 세상을 살아가며 대대로 이어간다. '이건 정말 싫어.' 생각하던 부모의 모습을 어느 순간 보니, 자신이 그대로 닮아있음을 발견하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 또한 세대를 거듭하며 반복될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딸에게 당부하는 것을 보며,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자신과 반추해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저자와 함께 여행을 떠난 딸이 나중에 커서 그 엄마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궁금해지고, 그것이 한없이 이어지는 인류의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지만을 보고 오는 것은 단순한 여행이자 수박 겉핥기 식이고, 여행지에서 어떤 부분이든 깨달음을 함께 얻어오는 것이 꽉 찬 여행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보며 여행지 풍경과 인간 풍경을 훑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