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말의 기술 - 화내거나 큰소리 내지 않고
최찬훈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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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지만, 말 잘하는 것은 책을 보며 배우기 힘든 부분이다. 대화하는 상황에서 적절할 때에 말로 나오지 않고, 상황 종료 후 한참 후에 '아, 그때 그 말을 했어야 했는데......'하고 후회하게 된다. 이미 늦었다.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다. 남은 것은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일 뿐.

 

 대화법에 대한 책은 수없이 많이 나와 있다. 책이라도 읽어야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주기적으로 관련 서적을 읽었고, 대화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때 뿐이었고 실제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느낌이 다르다. 예전에 읽은 책들은 이론을 다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 책은 실전 대화법이다. 예전에 수학 공식을 외웠다면, 지금은 응용문제를 푸는 듯한 느낌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나는 목소리가 그다지 크지 않고, 언쟁을 즐기지 않으며, 불의를 보면 꾹 참는 성격이라, 말싸움을 하게 되면 나중에 기분만 나쁜 경우가 흔하다. 누군가와 언쟁을 해서 이긴 경험도 없고, 이기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말싸움'이 아니라, '부당한 패배를 막기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누군가 억지부리고, 말도 안되는 질문을 퍼붓고,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닌 것으로 박박 우길 때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이 책에 아주 잘 담겨 있다.

 

 저자는 점잔 빼는 화술 책은 가라!고 외친다. 실전에 앞서 기본을 먼저 익히는 것, 물론 중요하지만, 기본만 죽어라 가르쳐서야 어디 얄미운 상대에게 잽이라도 하나 날리겠나? 또한 화술책인지 도덕책인지 헷갈리게 하는 장황한 윤리 강좌같은 화술책. 이런 책들에 아쉬움을 느끼고 직접 스스로 연구하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것이다. '실전에서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스킬들만 꽉꽉 채워놓았다. 그것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설명하려 애썼다.' (7쪽)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말의 전쟁은 이렇게 시작된다_ 기본기 다지기

Part 2 이기는 말VS 지는 말 _ 응용 기술 익히기

Part 3 승리는 준비된 자의 것이다 _ 패러다임 전환하기

 

Part 1이 워밍업 단계라면 Part 2와 Part 3은 실전단계. 감탄하면서 읽었다. 실전 무술을 배우는 느낌이라고 할까? 동일화 전술, 넓히기와 좁히기 전술, 모순 전술, 올가미 전술, 물귀신 전술, 질문 공격, 매도 전술, 해석의 기술 등이 이 책을 읽으면서 짚어보게 되는 부분이다. 이름도 참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든다. 예시와 설명을 보면 쉽고 재미나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상대방의 질문에 답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그 질문이 왜 합당한 질문인가 역으로 질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 책을 보며 적절한 예시와 방향을 짚어볼 수 있었다.

보통 질문을 받으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데, 절대 그러지 말라. 그 질문이 왜 합당한 질문인지를 역으로 상대방이 증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증명은 하려고 하면 피곤하다. 증명하려고 하면 당한다. 미리 준비해 놓은 게 아니라면, 절대 상대의 요구에 따라 증명해주려고 하지 마라. (91쪽)

 

 마지막에 전설적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를 다룬 일본의 명작 만화 <배가본드>에 나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대화의 기술과 상황 대처법을 배웠지만, 사실 쓸 일이 없는 것이 제일 좋은 일이다. 주변에 말도 안되게 억지부리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고, 이상한 질문을 해대며 공격하는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말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호랑이가 왜 으르렁거리는 줄 아는가? 상대가 도망쳐 주면 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221쪽)

 진정한 고수가 되고 싶은 것인가? 불합리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이 책에 나오는 실전 기술이 절실하게 필요하겠지만, 이왕이면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 책은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의 감흥이 있었던 책이었다. 예전의 억울했던 시간이 떠오르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게 된다. 또한 이러한 대화에서 필요한 것은 이 책에서 말하듯 논거력이다. 디테일을 요구하거나 신뢰도에 의문을 던지며 합리적인 방향으로 문제 해결을 모색할 수 있어야겠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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