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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카모메 식당> 작가가 선보이는 또 한 편의 힐링 소설! 이 한 문장의 설명만으로도 이 책을 읽고야 말겠다는 의지에 불타기에 충분했다. 영화 <카모메 식당>은 은은하고 잔잔한 느낌을 주며 묘하게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웬만해서는 영화를 두 번 이상 보는 경우가 드문데, 그 영화는 두 번 이상 보면서 잔잔한 느낌에 빠져들게 되었다. <카모메 식당> 책은 영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전 무레 요코에게 의뢰하여 집필한 소설이라고 한다. 책보다 영화를 먼저 보게 되었는데,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 책을 먼저 보고, 영화에는 소개되지 않은 등장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며 영화의 호기심을 최대한으로 해서 영화를 봤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책을 먼저 읽었다. 저자 무레 요코의 은은하고 잔잔한 스타일의 이야기를 담뿍 기대하면서 말이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만족스런 결과이다. 이 책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은 '일본 WOWOW TV 동명의 인기 드라마 원작'이다. 책날개에 보면 '삶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적혀있다. 2013년 동명의 4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면 음식과 고양이가 실제 눈앞에서 감각적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상상 속의 영상을 눈앞에 직접 보는 느낌은 온감각을 되살리는 마법을 부릴 것이다. 기대가 된다. 빵과 고양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기에 더욱 몰입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최대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책의 내용을 머릿속에서 영상화해보고, 나중에 드라마를 보며 비교해보기로 했다. 책 읽는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이 책 역시 담담하게 그려내는 필치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어찌보면 삶에서 대단한 사건들이겠지만, 어떤 것이든 감당해내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 책에는 아키코가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되는 장면이나, 어머니를 잃은 후의 삶, 고양이 타로와의 갑작스런 이별에 마음 아파하는 장면 등이 펼쳐진다. 고양이 타로와 행복한 시간만 그려지길 바란 것은 나의 욕심이었을까? 사람들 속의 상처를 고양이와 행복하게 지내며 위로받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은 인간으로서 이기적인 생각이 아니었을까. 타로에게 미안해진다.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한 번씩 깊은 흔적을 남기는 소설이다. 영상으로 보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해진다.
카모메 식당을 볼 때 처럼, 이 책을 보면서 주인공 아키코가 만들어내는 빵과 수프의 촉감과 냄새가 온몸을 자극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게다가 고양이의 포근하고 따사로운 감촉까지!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것이 힐링 소설의 묘미일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표지의 고양이를 보며 타로를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본다. 읽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일상의 사소함과 잔잔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들어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