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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 대한민국 대표 인문학자들이 들려주는 ㅣ 인문학 명강 시리즈 1
강신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인문학 명강 서양고전>을 읽었다. 대한민국 대표 학자 11인이 들려주는 서양고전 최고의 강의인데, '최고'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고 꽉 찬 강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을 읽고서야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끌어들이는 강연이라는 생각에 당연스레 '동양고전'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쟁쟁한 인문학자들의 동양고전 명강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을 보며 <논어>, <목민심서>, <성학십도>, <격몽요결>, <한중록>, <맹자>, <장자>, <중용>, <사기>, <시경>, <산해경>, <매월당집>과 <금오신화>, <열하일기>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의를 듣는 것처럼 몰입해서 읽게 되고, 잘 모르던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 경이롭다. 동양 고전의 정수를 핵심적으로 뽑아서 잘 엮어서 들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읽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상상력의 최고봉 <산해경>을 만나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보람이었다.
'우리는 흔히 우리의 머릿속에서 상상력은 자유롭다고 하지만 저는 상상력이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인어 하면 당연히 왕자님하고 사랑을 나누는 로맨틱한 인어 공주를 떠올립니다. 그렇다면 과연 인어 아저씨는 없을까요?'(303쪽)
그 말에 이어 <산해경>에 나오는 인어아저씨의 그림이 첨부되어 있다. 저인이라고 불리는데, 인어 아저씨는 바다 밑바닥에 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고 한다.
"그는 바다 속에서 열심히 짠 비단을 육지로 팔러 다니는 부지런한 아저씨입니다. 비단을 다 팔면 머물렀던 여관집에 숙박비를 지불한 뒤 바다 속으로 돌아가는데, 숙박비를 낼 시간이 되면 여관집 주인에게 그릇을 하나 달라고 해 그릇 앞에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면 그 눈물이 진주가 되어서 떨어집니다. 인어 아저씨는 진주로 숙박비를 지불한다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이야기죠? (304쪽)"
우리의 상상력은 제도와 문화 속에서 제약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그러면서 동양과 서양의 반인반수, 신수 등을 비교분석하며 차이점을 살펴보게 된다. 흥미로운 시간이다.
우리가 고전을 읽는 목적은 그 내용을 외우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을 보는 데 있습니다.(204쪽)
이 책을 읽으며 고전을 대하는 나의 마음 자세를 정리해볼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 고전의 문장을 읽었다는 만족감만 남기면 독서를 잘못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인문학이란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으로 완성하는 것, 자기 자신의 느낌, 모든 인문, 그것을 우리는 자유라고 부릅니다.'(215쪽)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 편이 출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 책을 읽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 이 책 두 권이면 서양고전과 동양고전의 핵심적인 강의를 들어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살면서 고전을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쉽게 시간내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럴 때에는 강연을 듣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이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