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할퀴어 주겠어! 세트 - 전3권 ㅣ 블랙 라벨 클럽 8
박희영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고양이에 대한 책은 되도록 보고 있다. 얼마전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보면서 기묘한 상상력에 얼마나 웃었던지! 지나가던 고양이만 봐도 고양이가 떡 먹는 장면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키득키득 웃게 된다. 고양이가 나를 바라보며 주전자같은 외모라고 신기해하리라 생각해보면 다른 종의 재미있는 상상이다.
나또한 다시 태어나면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 적이 있다. 한낮 봄볕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고양이를 보고, 나른한 행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양이 집사를 길들이며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살판 날 일인가. 나는 그저 잠시 동안 그런 생각을 했을 뿐인데, 이 책의 작가는 고양이가 된 이야기를 3권의 소설로 펴냈다. 상상력과 실천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이 책 <할퀴어 주겠어> 또한 작가의 유쾌한 상상력에 상큼발랄해지는 소설이다. 20세 윤청아, 오빠 청국의 친구인 진혁오빠를 우연히 보고 난 후, 첫 눈에 반했다.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에 합격했다. 다이어트도 열심히 해서 멋진 몸매로 거듭나고, 이제 낭만적인 대학 생활만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 때, 교통사고를 당한다. 깨어나보니 고양이가 되어있다니! 이런 충격적인 일이 일어날 수가 있나!
게다가 완전 다른 세상으로 이전해왔다. 도대체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건지. 상황은 최악이지만, 마냥 즐겁기만 한 상상의 세계에 푹 빠져보는 시간이 되었다. 진혁 오빠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가장 싫은 사람이었던 류안과 점점 얽혀들어가며 벌이는 좌충우돌 로맨틱 판타지.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고양이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듯한 묘사에 눈을 뗄 수 없었던 책이다.
2권에서는 청아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녀는 신수, 아기고양이 모습을 했다가, 사람의 모습을 했다가, 두 가지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류안과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가 2권에서 주로 진행된다. "갖다버려!"하는 주인을 "같이 가자"로 만드는 매력덩어리 아기고양이 윤청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이전해왔고, 예전 가족들은 자신을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고 하는데......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건지. 신수의 세계에 갔다가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는데, 인간 세상에서 계속 살아도 괜찮은 건지......상상의 세계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어본다.
3권에서는 류안과 청아의 행복에 위기가 찾아오고, 아기고양이 청아는 황제에게 납치까지 당한다. 이들은 과연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될까, 슬픈 이별을 맞이하게 될까? 청아는 예전 세계로 돌아가게 될까? 궁금한 마음 투성이에 마지막까지 손을 뗄 수 없는 소설이었다.
결말은 어느 정도 원하던 방향으로 흘러갔기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었다. 소설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뒤이어 잇따라 나오는 에피소드도 볼거리가 쏠쏠했다. 다양한 시선으로 같은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독자들에게 "혹시 고양이 아니세요?"라는 질문을 들었다는 저자. 그 이야기가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이해된다. 어쩌면 그렇게 고양이에 대해 잘 아는지, 감탄하고 놀라면서 이야기를 보게 된다. 호들갑떨며 달려드는 앨런을 보며 생각하는 것이나, 커다란 벌레를 선물로 건네는 다른 고양이의 마음까지도. 고양이를 직접 키우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옆에 끼고 관찰하고, 고양이의 마음 속으로 들어갔다 나와야 알 듯한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각 장의 끝에 고양이 관련 명언이 담겨있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맞는 말들만 했는지, 생각해보면 더욱 감탄스럽다. 이 책을 읽으며 고양이에 대한 생각을 실컷 할 수 있었다.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은 모여라! 달달상큼발랄한 로맨틱 판타지 <할퀴어 주겠어>에 푹 빠질 지어다.
저자의 고양이 관련 이야기는 세 권의 소설로도 모자라다는 생각이 든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있는 나도 어느 순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양이 자랑을 하려다가도 입을 꽉 닫고 만다. 그들이 흥미로워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변인이라면 듣기 싫어할테지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양이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공감하고 환장하게 된다. 고양이에게 서서히 길들여지는 집사가 된다.
그렇기에 아기고양이 치즈태비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즐거운 휴식이었고, 기분 좋은 상상이었다. 길고양이들을 좀더 유심히 관찰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싶은 생각이다. 3권의 소설을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게 되어 좋았다. 저자가 고양이 관련 소설을 또 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