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일기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겨울에는 '겨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제목에 솔깃해진다. 제목에 먼저 눈길을 주게 되었고, 폴 오스터라는 이름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빵굽는 타자기>, <뉴욕 3부작>, <달의 궁전>, <선셋파크> 등 수많은 소설과 산문을 발표한 폴 오스터의 작품이라는 데에서 궁금한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책 뒷 표지에 보면 "폴 오스터는 분명 천재다."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추천사가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의 추천사에 동의하게 된다. '<겨울 일기>는 오스터가 늙어가면서 죽음에 관한 단상을 관찰자 시점으로 담담하게 서술한 작품이다.'라는 설명 한 줄에 이 책이 궁금해져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폴 오스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당신은~'이라는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해나간다. 시점의 차이가 읽는 맛을 이렇게나 다르게 해준다니, 새로운 느낌이 든다. 책 속의 문장을 천천히 곱씹으며 읊조린다. 콜럼부스의 달걀처럼 느껴진다. 왜 나는 지금껏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왜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화해서 펼쳐나가는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글쓴이의 생각을 나열하면서도 읽는 사람에게 와닿게 하는 힘이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당신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7쪽)

 

 '당신은~'으로 진술되는 이야기는 인생의 어느 시점으로 오가며 인생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저자는 아주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어찌보면 감추고 싶은 일상 속 사소한 생각까지, 솔직담백하게 객관적 시선으로 진술해나간다. 그의 섬세한 필치를 따라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나 자신의 과거 속 시간과 교차되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 책은 언제 읽어도 자신만의 회상과 교차되는 마법 속으로 안내할 것이다. 잊어버린 줄만 알았던 과거 속 시간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묘미가 있다.

 

 당연히 저자와 같은 기억은 아니다. 문화도 환경도 성별도 전혀 다른 인생이다. 하지만 내 과거 속 시간이 교차되어 떠오른다. 기분이 묘하다. 책을 읽을 때에 공감할 수 없으면 그 책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데, 이 책은 전혀 다른 인생이기에 공감할 만한 것이 없음에도 나만의 생각으로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나 자신 또한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점으로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고, 지금의 나를 미래 어느 순간의 내가 담담하게 회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흔적들에 점을 찍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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