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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날도 춥고 책에 쉽사리 빠져들지 못하고 있다. 입춘도 지났으니 마음에 기름칠을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소설 속 세상으로 들어가보고 싶었다. 이럴 때엔 이불 뒤집어 쓰고 따끈한 차 한 잔 마시면서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이 제격이라 생각했다.

전 세계를 뒤흔든 로맨스!

'당신에게 티슈 한 상자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읽은 것 중 최고에요.',

'거실에서 아기처럼 울고 말았습니다.' 

마음 준비 완료! 툭 건드리면 울음보를 터뜨릴 각오를 하고 이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에 대한 여러 찬사에 기대감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다. 그다지 길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된다. 갑작스런 사고로 사지마비환자가 된 윌 트레이너. 그의 삶은 사고 이후에 달라졌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사업가 윌 트레이너는 휠체어에 의존해 살아야하고,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갑자기 카페 문을 닫는다는 통보를 받고 졸지에 실업자가 된 루이자 클라크, 그녀에게 찾아든 일자리는 간병인이다. 6개월 임시 간병인. 사지마비환자의 윌 트레이너의 간병인으로 6개월을 보내게 된다.

 

 이 책을 보며 갑작스레 사고를 당해 사지마비가 되는 환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보통 사람의 시간이 있고 병자의 시간이 따로 있다. 시간은 정체되거나 슬그머니 사라져버리고 삶은, 진짜 삶은, 한 발짝 떨어져 멀찌감치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114쪽) 처음의 거리감은 점점 좁혀지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이 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희망을 주었던 것일까? 윌 트레이너가 루이자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에 나도 루이자의 마음이 되어 윌이 삶의 희망을 갖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처음 수염과 머리를 깎던 날, 외출을 계획하고 경마장으로 향하던 날, 지독하게 아프고 난 후 모리셔스로 여행을 떠나던 날, 그렇게 그들의 행복한 시간을 바라보며 나또한 윌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희망했다. 어쩌면 그것은 장애의 고통을 모르는 일반인의 마음일테지만.

 

 윌은 여러 번 자살시도를 했고, 6개월 후에 디그니타스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루이자의 마음이 되어 바라본다면 윌이 사랑의 마음으로 삶에 희망을 찾아 생각을 바꿔 살아가는 것일테고, 윌의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6개월 동안 루이자를 만나 사랑을 깨닫고 원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윌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루이자는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한 마음에 마지막으로 치달을 때 즈음 마음에 소용돌이가 쳤다.

 

 이 책은 몰입도가 뛰어나고 속도감있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내용에 빠져드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처럼 나에게 눈물을 주지는 않았다. 이 책이 나에게 준 것은 안타까움이고 속상함이다. 사랑의 마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싶은 심정에 현실의 냉혹한 냉각수를 퍼붓는 느낌이다. "어째서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예요? 어째서 나로는 안 된다는 거예요?어째서 나한테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던 거예요? 우리한테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그랬다면 달랐을까요?" (479쪽) 루이자 마음 속에는 소리없는 항변이 덜컹거린다. 우리가 아무리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도 확고한 결심 앞에서는 무너져내리게 된다. 설령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 책의 이야기는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영화 속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영화 또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리라 생각된다.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눈물바다를 이루기도 할 것이고, 현실적인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움과 속상한 마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이런 소재에 대해 한 번쯤 읽어보고 자신만의 잣대로 상상 속에 빠져들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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