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빛] 앤스콧의 서점 탐험

오래된 빛 - 나만의 서점
앤 스콧 지음, 강경이 옮김, 이정호 그림, 안지미 아트디렉터 / 알마 / 2013년 12월

 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나만해도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기 보다는 인터넷 서점에서 클릭 몇 번으로 집까지 배달되는 시스템에 익숙해져버렸다. 직접 책을 구입하러 나가는 것보다 편리하니 변화의 속도가 빠른 세상에서 동네의 소형 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흐름처럼 느껴진다. 어떤 면에서는 아쉽기도 하다. 휴일 오후, 서점에 가서 이 책 저 책 기웃거리면서 보다가 마음에 드는 책 한 권 구입해서 집에 오던 생각이 추억처럼 떠오른다. 그리 오래전 이야기는 아닌데, 벌써 추억처럼 떠오르는 것이 새삼스럽다. 동네 서점이나 헌책방에서 보물찾기를 하듯 내 마음을 사로잡는 책을 충동구매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드는 시간이다.

 여행을 떠나면 그곳의 서점이나 도서관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된다. 해외로 여행을 가게 되면 한글로만 된 책을 읽다가 책의 영역도 확장되는 느낌이다. 뜻을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책먼지 쌓인 공간에서 다양한 책의 세계 속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여행이 된다. 책들이 있는 공간인 '서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있어서 당연하다는 듯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열여덟 개의 오래된 빛을 찾아 떠나는 애서가의 여행이다. <오래된 빛>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저자 앤 스콧이 아홉 살 때 서점직원이 그녀의 책에 빨간 줄 달린 책갈피를 꽂아주었고 그때부터 책과 서점을 향한 그녀의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책과 서점을 찾아다니는 탐험가가 되었다. 이렇게 서점을 탐험하는 이야기로도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책은 분위기가 약간 고풍스럽다. 마법의 고문서를 몰래 펼쳐든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도 오래된 서점을 찾는 듯한 느낌을 주고, 책 속의 내용도 내겐 그곳 서점 분위기를 상상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저자에게 인상적으로 그려지는 서점이 내 눈 앞에 펼쳐지는 느낌이다. 저자의 시선으로 서점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당연히 직접 본 적이 없기에 상상력을 더욱 가동시키는 책이었다. 독특한 느낌을 받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저자 앤스콧이 서점 탐험을 하며 인상적으로 남긴 곳을 함께 공유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었고, 이 책은 나만의 추억 속 공간인 서점을 떠올리는 매개가 되었다. 서점이라는 공간과 책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눈을 감으면 책냄새가 느껴진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책냄새는 내 감각을 일깨우고, 그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나를 새로운 세계로 초대한다. 저자의 감성으로 서점에 대한 기억이 미화되는 순간이다.

나란히 똑바로 꽂힌 책들은 조화롭게 정돈된 삶이요, 알파벳으로 포장된 삶의 선택들이다.

곧, 책이란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우리의 삶이다.

하지만 그 어떤 책도 이 공간을 만나는 것, 좁은 문 뒤에 숨은 이 눈부신 빛을 만나는 것에 비할 수 없다. (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