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으로 떠난 소풍
김율도 지음 / 율도국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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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들어 시를 읽을 기회를 많이 만들어보기로 했다. 여전히 시는 난해하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시를 읽으면 시의 언어가 감각을 일깨워주며 우주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시인이 늘어놓은 언어에 감탄한다. 표현 하나 하나에 감동한다.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깃 속으로 빠져들어가본다. 시를 읽으면 정제된 언어 속에서 가다듬어지는 감성을 느낀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다락방으로 떠난 소풍>이라는 제목의 시집이다. '육체적 장애가 사회적인 제약,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인의 투쟁과 고뇌'라는 설명이 궁금한 마음을 자아내어, 이 시집을 읽어보기로 했다. 네 번째 시집이라는데, 이번에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먼저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다락방으로 떠난 소풍'이라는 시를 읽어본다.

 

나무도시락에 김밥을 싸고/아이들은 동물원으로 소풍갈 때/나는 혼자 다락방으로 소풍갔다/몸이 불편하면 소풍 가지 않는 것을/국민교육헌장처럼 믿으며 다락방으로 올라갈 때//울던 귀뚜라미는 불청객을 위해/묵비권을 행사하고 곰팡이가 따스한 다락방에서/혼자 김밥을 먹는다 [다락방으로 떠난 소풍 中]

 

그 상황이 상상이 되어 마음이 먹먹해진다. 평범한 아이들에게는 소풍이라는 것이 신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땡볕에 한참을 걸어가야 하기에 귀찮기도 했었는데, 몸이 불편한 아이의 심정은 헤아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의 마지막 연이 곱씹어보고 싶은 시어가 되어 입가에 맴돈다.

먹으면 별이 되는 상상이라는 보물은/그 후로도 오랫동안/하늘 끝까지 날아갔다 [다락방으로 떠난 소풍 中]

 

 

 건강했던 학창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교장선생님 훈화 시간에 픽픽 쓰러지는 가냘픈 아이들이 부럽기도 했던 철없던 시절도 있었다. 그 아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체력이 약한 것에 대해 속상하고 힘들기만 했을까? 아니면 청순가련한 모습의 자신에게 연민을 느꼈을까? 그 심정을 나는 '겨울 병원' 이라는 시를 읽으며 짐작해본다.

 

학력고사 1주일 전, 덩어리 피를 토하고, 병원에/ 실려갔다 밖엔 첫눈이 아득아득 내리고 첫 경험/은 항상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떨어지는 것처/럼 아픈 암각화다//이상도 폐결핵을 앓았다지 왜 한 덩어리의 선지/피를 보았을 때 설레었을까 매콤한 피 냄새를 맡/았으니 피가 정신임을 살았을까 그런 환타지에/관심 없는 사람들은 눈발 속으로, 지하도 속으로/사라졌다 [겨울 병원 中]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인의 마음을 엿보는 기회가 된다. 미사여구로 꾸며낸 듯한 느낌이 아니라, 시인의 마음을 가감없이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육체적인 장애 여부와는 상관없이 함께 바라보는 사회의 현실과 이상향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마지막 시 '율도국에 가고 싶다'를 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집이라는 얇은 책자는 마음만 먹으면 금세 읽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읽는다는 행위 자체보다 곱씹으면서 의미를 되새김질 할 때 그 뜻이 깊이 들어와 박힌다. 이 시집을 읽으며 상처받은 어린 영혼을 위로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장애에 대해 놀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많았다. 상처주는 한 마디에 신경쓰지 말고 힘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좋을 것이다. 비록 장애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에서도 마찬가지로 마음이 아려오는 상처에 더 민감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은 더 따뜻한 면을 바라보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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