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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ㅣ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흥미로운 제목, 탄탄한 스토리, 맛깔나는 문장. 이 세 가지가 모두 갖춰진 소설을 만났다. 약간은 두꺼운 듯한 느낌이 들어서 자꾸 망설이다가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읽은 소설이다. 이 책을 읽기까지 결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들었을 뿐, 일단 손에 집어드니 지겨울 새 없이 빠져들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었다.
이 책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일단 제목부터 궁금한 마음이 가득해진다. 표지의 그림을 보면 트렁크를 끌고 가는 슬리퍼신은 노인이 보인다. 100세 노인이 왜 창문 넘어 도망쳤을까? 그 호기심이 결국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2005년 5월 2일, 100회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알란 칼손은 말름셰핑 마을에 위치한 양로원 1층의 자기 방 창문을 열고 아래 화단으로 뛰어내렸다. 왜 알란은 양로원을 탈출한 것일까? 그 궁금증이 이 책을 읽어나가는 속도를 빠르게 한다.
하지만 궁금한 마음도 잠시, 더욱 흥미로운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알란이 겨우겨우 버스터미널로 향했고, 3분 후에 202번 버스 승차를 앞두고 있었던 때였다. 청년 하나가 볼일보러 화장실에 다녀올 동안 잠시 봐달라고 트렁크 하나를 맡긴다. 알란은 그 트렁크를 가지고 버스에 탑승한다. 그렇게 100세 노인, 알란의 모험담은 시작된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소설을 이끌어가는 힘은 소재 자체의 참신함과 구성의 탄탄함, 감칠맛 나는 문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저자 요나스 요나손의 데뷔작이라는데 믿기지가 않아서 표지 날개의 작가 소개를 다시 한 번 눈을 씻고 읽어보게 된다. 작가 이력도 특이하고 여러모로 독특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한 세기를 살아간 알란의 지난 이야기와 2005년 5월 양로원을 탈출하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교차되어 진행된다. 지나온 역사 속에 교묘히 편집되어 들어가는 알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고, 양로원 탈출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이 스릴 넘치게 진행되어 긴장감을 느끼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알란이 왜 양로원을 탈출하고 싶었는지 그 심정이 이해간다. 게다가 아무리 사실을 이야기해도 노망난 100세 노인의 헛소리라고 치부하면 있던 사실도 믿지 못할 일이 되어버린다는 것이 마음에 남는다. 굳이 100세가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거짓으로 판단하고, 사실대로 이야기해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확실하다고 믿는 일들이 사실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고, 설마 아닐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 사실인 경우도 태반이다. 소설을 읽으며 세상 일을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생각하는 시간이 된다.
다 읽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복습해보는 알란의 100년 연보'가 나온다. 이 책의 맨 뒤에 실려있는데, 이렇게 정리해보니 앞의 이야기를 한 번 복습해보는 의미가 된다. 알란이라는 인물은 노인을 매력적으로 그린 것이라 마음에 들었다. 스웨덴에서 영화화 되고 있다니 영화도 기대해볼 만하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키득키득 웃게 된 책이다. 매력 만점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