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좋은 질문 642] 글쓰기 소재를 알려주는 책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그로토 지음, 라이언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11월

 그동안 글쓰기에 관한 책을 주기적으로 읽어왔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글을 쓰지는 못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글을 쓰겠다고 멍석을 깔아놓으면 도대체 무엇을 써야할지 막막해진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보아도 어떻게 써야한다는 방법론적인 제시는 해줘도, 무엇을 쓸지는 각자 알아서 생각해내야 한다. 또한 되도록 많이 써봐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가르침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써야할지 막막해진다. 이 책은 무엇을 쓸지에 대해서만 알려주는 책이 있다. 이 책 <글쓰기 좋은 질문 642>를 보며 손뼉을 쳤다. 나의 답답함을 해소시켜주는 책이다.

 이 책은 하루 만에 집필되었다. 편집장인 친구가 뜬금없이 전화를 해서는 "642가지 글로 쓸 것들이란 책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 책은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그로토Grotto'에서 소설가, 영화감독, 작가, 저널리스트, 시인, 비평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35명이 공동 집필한 책이다. 단 하루만에!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쓰는 책'이다. 되도록 많이 표시해가며 지저분하게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에는 글을 쓸 수 있는 칸이 있는데. 그곳에는 또다른 새로운 질문들로 틈틈이 메모를 해두고, 따로 노트를 마련해서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당신만의 글을 채우는 창작 일지로, 언제나 들고 다니는 아이디어 노트로, 연습장으로, 낙서장으로 자유롭게 사용하십시오.'라고 권한다.  

 나는 이 책을 가까이 두고 매일 아무 장이나 펼쳐서 글을 써보기로 마음 먹었다. 글을 쓰기 싫은 날에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한 마디 짧은 말만 해놓거나 낙서를 하다가 말 수도 있다. 어쨌든 매일 무언가 창작을 하도록 유도하는 매개가 된다는 점이 좋다.

 우물에서 물이 콸콸 나오게 할 때, 처음에 필요한 것은 마중물이다. 그런 것처럼 이 책 또한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늘 쓰고 싶은 소재가 다양한 경우에는 상관없겠지만, 갑자기 턱 막힌 듯하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에 이 책 속의 질문 하나를 콕집어내어 글을 쓰기 시작하면, 막혔던 이야기가 풀려나오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 책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되어줄 것이다. 이런 책이 보다 다양하게 나와서 글을 쓸 소재 때문에 고민하지 않도록 도와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