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달콤한 잠은 깨어있는 시간에 활력을 준다. 평화로운 휴일, 단잠에서 깨어나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켜고 <하품은 맛있다>를 읽었다. 무언가 나른하고 낭만적인 제목인 줄 알았던 <하품은 맛있다>는 예상밖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이었다. 자고 일어나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몸이 되어 있다면? 꿈 속의 사람이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면? 그것이 선의가 아니라 악의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오싹해진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은 잠들겠습니까, 깨어나겠습니까?"

 

 

 

 소설을 읽을 때에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펼쳐질 때 흥미롭다. 사실 이미 수많은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오가거나, 사람이 바뀌거나 하는 소재에 대해서 보아온지라, 처음에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엄청난 흡인력으로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예상치 못한 진행에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소재의 참신함에 더해 이 책을 읽는 독자를 적당히 들었다놨다 하며 의외의 반격을 가하는 솜씨란!

 

 이 소설의 시작은 살해 현장을 청소하는 가난한 여대생 이경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경은 간신히 15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작은 눈, 큰 코, 작은 입, 큰 하관의 불균형한 얼굴을 가졌다. 이경의 아빠는 이경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삼천만 원짜리 주택복권에 당첨되었다. 그걸 종잣돈 삼아 신문보급소를 차렸는데 제법 수입이 좋았단다. 하지만 대박의 짜릿한 쾌감을 잊지 못한 아빠가 매주 수백 장의 복권을 사들여 줄기차게 긁어댄 탓에 가족은 빈털터리가 되었고, 이경은 아빠의 동료였던 곽 아저씨와 특수청소를 다니게 되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조건 좋은 단아름다운, 그녀는 학벌,미모,재력까지 모든 걸 갖춘 연예인 지망생이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이 두 사람이 혼란스럽게 뒤엉켜버린다. 잠이 들면 꿈 속에서 상대방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되는 것이다. 마음 먹고 행동해보면 상대방의 몸도 살짝 움직일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간극, 부와 빈곤이라는 공간적 간극으로 소설 속의 상상력은 세상의 많은 부분을 담아내고 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된다. 눈앞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생소하고, 주변인들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다운, 그녀도 이경의 존재를 진작에 알고 있었고 그녀에 의해 예상할 수 없이 미래가 바뀌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이쯤에서 딜 하나 하는 게 어때? 내가 널 살려줄 테니, 넌 나를 도와줘야 해. 네가 싫다고 해도 소용없어. 수면제하고 마취제 중에 어떤 게 더 센지 궁금하지 않아? 내가 가르쳐줄게.

 

165~166쪽 다운이 이경에게 보내는 메시지

 

 이들의 이야기에 감초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무당 유나. 이경의 초등학교 동창이다. 연락하고 지낸지 이미 오래 지났지만, 유나가 그들의 이야기에 들어오며 이야기는 또다른 물살을 타게 된다. 어떤 재료를 써도 맛이 다 어우러지는 비빔밥처럼, 뜬금없다고 생각되는 이런 저런 소재들이 이 책 속에 들어오니 제대로 어우러져 맛을 내고 있다. 이 소설의 마무리도 예상치 못하던 것이었기에 만족감 상승!

 

 이 책을 통해 강지영 소설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작품은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흡인력 강한 매력적인 소설 덕분에 휴일 오후를 책에 몰입하며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면 혹시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면 어쩌나, 살짝 걱정되는 시간이다. 소설 속 이야기에 너무 몰입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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