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잔타 미술로 떠나는 불교여행 인문여행 시리즈 12
하진희 지음 / 인문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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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여행을 가면 놀라운 일인데 별로 놀랍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도 그런 곳이 많아서 그런 것이리라. 지금 생각해보니 아잔타,엘로라 석굴이 나에게 손꼽히는 곳이다. 인도 남부에 아우랑가바드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 도착한 첫 날에는 아우랑가바드 시내투어를 하고, 그곳에 머물며 하루는 아잔타, 하루는 엘로라 관광을 한다. 아우랑가바드에는 '비비카마크바라'라는 것이 있는데, 타지마할을 모방한 듯하여 일단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그 실망을 아잔타와 엘로라에서 고스란히 보상받을 수 있다. 이곳에 온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으며!

 

 아잔타 석굴은 그 안에 들어가면 그렇게까지 경이롭지는 않게 느껴지는데, 일단 그 밖으로 나가면 어마어마했던 기억에 새삼 놀라며 또 가고 싶어지는 곳이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에는 아무 사전지식 없이 갔기 때문에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지극히 미미했다. 하지만 또 가보고 싶은 곳으로 점찍어놓고 그곳에 대해 공부하고 다시 가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 하나 짚어보았을 때, 또다른 경이로움이 나를 감쌌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그 기억이 희미해져 거의 남아있지 않는 지금, 이 책 <아잔타 미술로 떠나는 불교여행>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감동을 다시 되살리는 시간을 가져본다. 아잔타와 엘로라를 한묶음으로 패키지 여행을 했지만, 이 책에서는 아잔타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다. 그 오래전 그림에 색채나 형태가 이렇게 남아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잔타를 방문할 때 이들 몇 개의 석굴 번호를 잘 기억해두면 아잔타 불화를 더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석굴의 내부가 어두워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적당히 옮겨다니다 보면 아잔타 벽화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하지만 몇몇 중요하게 감상해야 할 석굴의 번호를 기억하고 천천히 석굴을 순례하면 인도 불화의 아름다움은 물론 부처의 가르침을 이처럼 아름다운 미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장인들의 불심과 인내심에 말문이 막히고 만다. 그리고 더 나아가 부처의 전생이 보여주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은 굳이 경전의 내용과 스님의 법문을 떠나서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알게 해준다.

 

-39쪽

 

 아잔타 벽화를 보며 감탄했던 기억 중 하나는 오래전 그 시대의 그림이 지금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점이었다. 아잔타를 보고 나와서 거리를 둘러보면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지속성을 느끼게 되는 점이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이었다. 예를들어 인도 전통의상 사리는 지금도 여인들이 생활 속에서 함께하지만, 대부분의 전통의상은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이 되어버렸다. 우리의 한복도 마찬가지.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사진 설명에도 공감하게 된다.

 

 

뱀의 춤을 보는 우가세나 왕과 신하들을 묘사한 장면 세부.

왼쪽의 콧수염을 기른 남자의 뒷머리 몇 가닥을 돌돌 말은 꽁지머리 스타일은 아직도 바라나시 남자들이 즐겨한다. 그가 걸친 비단 의상의 꽃무늬도 바라나시 전통 문양 가운데 하나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거의 뒷모습만을 보이고 앉아 있는 오른쪽 남자는 오리사 주의 전통 방식으로 도티를 걸치고 있다. 벽화에 묘사된 오랜 전통을 수많은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인도의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 <아잔타 미술로 떠나는 불교여행> 中 97쪽,  자타카 이야기로 보는 아잔타 미술

 

 이 책에서 빠져들어 보게 된 것은 생생한 벽화의 그림이다. 물론 실물을 보는 것이 훨씬 감동적이지만, 오고 가기 멀고 비용도 많이 들며 힘든 곳이기에 책으로 그 감동을 되살리는 시간이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다. 전통적으로 인도 화가는 아주 작은 세부의 묘사에도 섬세한 재치를 발휘한다. 그래서 감상자를 그림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66쪽)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림을 다시 되살아나게 한다. 흥미롭게 의미 부여되는 스토리 텔링이다. 책 속에서 최대한의 가치를 뽑아내는 느낌이다. 또다시 그곳에 가면 그동안의 지식과 감상 경험이 모아져 최대치의 감동을 끌어낼 수 있으리라.

 

 인도 여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 특히 아잔타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얇은 분량에 그다지 많은 시간이 들지는 않지만 그 효과는 최대치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불교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나 불교에 대해 더 많은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 인도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도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 책을 보며 생생하게 아잔타 미술로 여행을 떠나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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