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들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작가의 열두 빛깔 소설들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박연진 옮김 / 솟을북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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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기다리던 가을이 되었다. 막상 아침 저녁으로 쌀랑한 날씨가 되고보니, 무더위에 그 고생을 했으면서도 햇빛 쨍쨍하던 여름 날이 생각난다. 그래도 그때에는 이불을 널어놓으면 보송보송하게 잘 말라서 느낌 좋았는데... 사람은 지금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 열망하게 되나보다.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계절이 그립고, 너무 더우면 바람 부는 날이 생각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어느 순간,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꾸게 된다. 너무 바쁜 일상에 시달릴 때에는 달콤한 휴식을 생각하게 되고, 너무 나른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바쁘던 한 때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 못한 것,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이 삶을 한계 속에 가두어 놓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느 순간이 되면 그 열망이 펑~ 폭발하며 일상의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누구나 기본적으로 현재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해 열망부터, 크게는 자신의 삶을 통째로 바꿔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하게 마련이다. 작게는 오늘 날씨나 짜장과 짬뽕의 선택 문제 등 사소한 것으로부터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크게는 삶의 공간을 바꾸거나 삶자체를 완전히 다르게 바꾸어보기를 꿈꾼다. 마음이 다른 무언가에 마음이 향해있고, 아주 다른 타인의 삶을 꿈꾸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볼 기회를 준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작가가 낸 첫 소설집이라는 소개 때문이었다. 그 책의 제목은 확실히 기억이 나는데 내용은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말았다. 이번 기회에 그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그 전에 이 책 <순례자들>을 읽기로 했다. '순례자들'이라는 제목을 보며 현실과 동떨어진 순례자들의 구도를 향한 행보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니었다. 이 책은 지극한 현실 속에서 일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른 삶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잘 담아낸 소설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엘리자베스 길버트. 미국 코네티컷 출신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다. 이 책은 첫 소설집인데, PEN/헤밍웨이 상의 최종후보로 올랐으며, 발표 당시 "위대한 작가가 갖출 자질을 모두 갖추었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소개를 보고 나니 더욱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들뜬 마음으로 이 책을 넘겨보았다.

 

 이 책은 12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우리와는 다른 배경이기 때문에 약간 생소하고 낯선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읽을수록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제목으로 기대한 순례 관련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어찌보면 우리는 모두 일상 속의 구도자들인 셈이니 소설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지막 부분에 <순례자들>에 쏟아진 찬사가 담겨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서평보다 간결하고 힘있는 한 문장으로 정리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에 동의하며 이 글을 마친다.

이 책은 소설마다 힘과 유머, 낯선 경험이 가득하다. - 시카고 트리뷴

 

길버트의 글은 정직하고 우회하지 않으며 묘사는 재미있고 적절하다. -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진실을 깨달아 형편없이 깨지면서도 여전히 희망과 사랑을 놓지 않고 버텨내는 이들을 너무나 근사하게 그려낸다. - 프레더릭 바슬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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