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는 용기 - 실존적 정신분석학자 이승욱의 ‘서툰 삶 직면하기’
이승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한 차례 기나긴 여행을 한 듯한 생각에 노곤하기까지 하다. 과거 어느 시점에서 나의 방황, 생각, 행동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답답하고 무기력했던 어느 순간의 나, 그 배경이 되었던 영향력을 주었던 부모님. 사람은 관계 속에서 힘들어 하고 가족 속에서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들이 없다. 그 상처를 어느 순간에는 이렇게 되살려내어 근본적인 부분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시절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 미화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개인을 있게 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포기하는 용기>라는 제목에서 최근 읽었던 <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의 한 부분을 떠올렸다. "집중이란 집중할 일에 예스라고 답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좋은 아이디어 수백 개에 노라고 말하는 게 집중이다. 혁신이란 고만고만한 생각 천 가지를 퇴짜 놓는 것이다." 스티브잡스의 말이다.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 -80쪽] '포기'라는 것이 패배하는 것의 다른 말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다 잘 하려고 하고 집착하게 되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 하지 않을 일들을 탁탁 쳐 내야, 하게 되는 일에 집중해서 큰 성과를 내고 만족할 수 있다.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포기하는 것이 용기일 수도 있고,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이 책은 내 존재의 뿌리를 찾아 내면 심리 속으로 들어가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예시를 보며 나 또는 어머니의 과거 행동과 똑같은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때에는 이런 심리 상태가 반영된 행동이었구나, 생각해본다. 그런 행동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는데, 그 심리의 근본 속으로 들어가보니 그 안에는 '불안'이 있었다.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것을 좀더 명확히 규정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뒷받침되어지면,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일도 없다. 고통스런 회상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과거의 고통과 상처는 무조건 묻어버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따지고보면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내가 바라보기에 한없이 어리고 불안정한 존재가 아닌가.

 

 이 책을 보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없애는' 것이다. (46쪽) 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것에 대해 그 방식으로는 내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삶의 방향을 틀었다.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없앤 셈이다. 그래서 나름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기에 그 말이 그렇게 마음에 와닿는다. 아무리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해도, 내가 그 안에서 만족할 수 없다면, 그것이 과연 나의 삶인가?

 

 어느 정도 문제가 없어진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시간은 현재의 내가 아니라 과거의 나를 치유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지금의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포기하는 용기라는 제목보다는 '서툰 삶 직면하기'라는 표지의 글에 더욱 공감하게 되는 책이다. 여전히 서툰 삶을 살고 있지만, 나의 존재의 고통을 직시하고 행복으로 향해가는 심리 여행을 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깨닫게 된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