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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
제롬 그루프먼 & 패멀라 하츠밴드 지음, 박상곤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 제목을 보고 공감하게 된다. 환자의 입장이 되어 병원에 갔을 때, 나는 믿지 않는 환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내가 간 병원에서는 나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왜 그런 증상이 나타난 것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도 않고,(친절은 커녕 귀찮다는 듯이 대했다. 이것은 물론 아픈 상태의 내가 세상을 이해심 많게 바라볼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의 기분이 그러했을 수도 있다.) 증상의 차도가 전혀 없는 데도 퇴원해서 치료를 하라고 하는데, 기분만 나빴다. 결국 병원에서 준 약을 임의로 복용 중단했다. 그 당시 나는 믿지 않는 환자였고, 병원에는 듣지 않는 의사가 가득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복용을 중단했는데도 일정 시일이 지나고 완치되었다.
환자로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이 책 <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를 읽게 되었다. 그래서 속속들이 이 책이 관심있게 내 안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나보다.

우리는 정보에 파묻혀 질식하지만, 여전히 지혜에 굶주려 있다. -E.O.윌슨
날마다 수천 명의 사람이 약 복용이나 수술 결정을 놓고 고민한다. (10쪽)
건강할 때에는 약 없이도 살지만,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수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렇게 고민한 후에 선택한 것이 잘 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 그것 또한 고민이다. 이 책의 첫 이야기는 수전 파월이 고콜레스테롤 증세 치료제인 스타틴을 복용하지 않기로 한 것부터 시작된다. 수전의 아버지 역시 콜레스테롤이 높으셨지만 어떤 약도 드시지 않고 건강하게 오랫동안 사셨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의사가 꼭 필요한 약이라고 하지만 수전은 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문장은 충격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스타틴을 처방받은 사람의 절반이 약을 한 번도 먹지 않거나 수개월 안에 복용을 중단했다. 심지어 잦은 방문이나 전화통화를 통해 연구 대상자가 약을 잘 먹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는 조사 중에도 25~35퍼센트 정도가 스타틴 복용을 중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현상을 전문용어로 '불응non-compliance'이라고 한다. (25쪽~26쪽)
이 책에서는 수전의 질문으로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유도한다.
"잘 들어,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지만, 만약 네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어떤 부작용이나 문제를 안고서라도 더 오래 살 기회가 있다면 그걸 선택할거야?" (43쪽)
이 책의 저자는 의사다. 그래서 의사의 입장에서 생각을 도와주고 결론을 내린다. 의사 집단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서로 도우며 치료의 선택에 후회없도록 결정해야 하는 동반자적인 관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할 것이다.
- 의사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환자 스스로 어떤 치료가 자신에게 적절하고 또 어떤 치료가 자신의 가치관과 목적에 맞는지를 깨닫도록 돕는 것이다. (63쪽)
- 환자는 여러 질병 치료에 대한 생각이 전문가 사이에서조차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80쪽)
- 가이드라인은 질병과 치료 방법에 관한 상당히 많은 양의 배경지식을 제공하므로 의사와 환자는 당연히 이를 참고해야 한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이 엄밀하게 '과학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이드라인에는 이미 편견과 주관적 판단이 들어 있다. (82쪽)
- 가장 최고의 치료 선택 과정은 의사와 환자가 '함께 선택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107쪽)
이 책은 어떤 사람의 예시가 구체적으로 주어지고, 그에 따른 생각을 해보도록 해준다. 나의 경우에는 이런 때에 어떤 선택을 할지, 다른 사람의 경우에는 또 어떨지, 생각해본다. 세상에 어떤 선택이든 완벽한 것은 없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보면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그 중 한 길을 선택했고, 훗날에 그 선택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할 것이라는 부분이 있다. 우리의 삶에서도 그렇고, 치료의 선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약을 먹을 것인지 아닌지, 수술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우리는 그 중에서 선택을 해야하고, 그것으로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그 선택에 있어서 후회없도록 많은 것을 고려해보고 의사와 환자가 함께 선택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의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관심이 생겨서 언제든 읽어보게 될 책이었고, 이 책을 통해 환자의 입장과 의사의 입장, 모든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세상에 100퍼센트 확실한 것은 없다는 것, 특히 병의 치료에 관해서는 치료와 부작용의 가능성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한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