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의 길고양이
레이첼 매케나 글.사진, 이선혜 옮김 / 시공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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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 사진을 찍는 것은 정말 어렵다. 카메라를 꺼내고 뚜껑을 열고, 카메라를 켜다보면 어느새 쏜살같이 사라지고만다. 카메라에 담고싶은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움직이는 동물이나 아이 사진을 잘 찍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이유다. 특히 고양이한테는 아까 그 포즈를 취해달라고 아무리 부탁하고 사정해봐도 듣는 척도 안한다. 카메라를 꺼내지 않은 상태에도 경계태세인데, 카메라를 집어들면 가만히 있던 고양이도 어딘가로 달려가고 만다.

 

 길고양이와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쉽게 친해지지 못하기에, 나에게 길고양이 사진이 남아있는 것은 극소수다. 길고양이를 사진에 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고양이와 어느 정도 교감이 일어난 이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길고양이들과의 친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책 <프로방스의 길고양이>는 고양이 사진만 보아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사진책이었다.

 

 

 푹신푹신한 표지와 질좋은 사진이 눈길을 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소장용으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사진을 보니 길고양이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끔 다음엔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렇게 귀여운 모양새를 하고 있는 존재인지, 고양이에 대한 나의 생각이 각별해서 유별난 생각을 하게 되나보다.

 

 이 책은 예술,대중문화>사진>사진에세이에 속한 책이다. 에세이보다는 사진에 더 비중을 두게 되는 책이다. 그래서 글을 보겠다고 생각하고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약간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처음부터 고양이의 다양한 사진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마음에 들 것이다. 기분이 다운되고, 날씨가 우중충한 날이나,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피곤해지는 순간, 잠깐의 휴식으로 에너지를 충전시키고 싶은 시간이라면, 잠시나마 이 책이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질감이 좋은 종이에 인쇄되었기에 사진으로 담아보니 빛이 많이 반사된다. 하지만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 책을 별 실력없이 내가 직접 사진으로 찍어놓은 것보다는 독자로서 직접 책으로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소리다. 직접 책으로 보면 느낌이 또 다를 것이다. 물론 직접 고양이를 보게된다면 그것이 제일 좋을 일이지만, 고양이는 저 멀리 프로방스에 있다. 그 고양이 그대로 직접 만나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프로방스라는 멋진 곳에서 고양이들이 화보 사진을 촬영한 듯한 느낌이다. 그곳은 워낙 배경이 좋아서 어디에서 찍으나 작품 사진이 될 것 같다. 고풍스러운 자연미와 고양이는 잘 어울린다. 자연스럽고 멋지다.

저자는 말한다.

프랑스 시골의 찬란한 아름다움 또한 나를 전율케 한다. 나는 카날 뒤 미다에 엷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과 새 잎이 돋아난 나무가 햇살을 받아 밝은 노란빛을 띤 녹색을 뿜어내는 모습, 가느다란 나무들 사이로 얼룩덜룩 빛이 스며드는 프랑스 숲과 프로방스의 끝없이 펼쳐진 라벤더 꽃밭과 해바라기를 사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침 이슬을 데우는 햇살의 향기가 전형적인 프랑스식으로 코끝에 전해져오는 것을 사랑한다. -114쪽

 

 그래서 저자는 가끔 프로방스의 멋진 자연을 찍은 사진을 곳곳에 담아두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 사진은 숨은 고양이 찾기였다. 그 안에 고양이가 있는지 없는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그냥 배경사진인 것을 알게 되는 식이었다. 물론 멋지다. 하지만 나는 고양이 사진을 더 바라고 있었다고! 나에겐 고양이가 함께 있는 사진이 더 멋진걸.

 

 

 

 

 책장 한 켠에 꽂아두고 기분을 업시키고 싶을 때에 꺼내 보고 싶은 책이다. 고양이라는 존재는 나에게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어준다. 책을 보며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고, 사진을 보며 기분이 상쾌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하지만 직접 고양이 사진을 찍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이 책이 그 마음을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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