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살림월령가 - 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가 그리는 시골살림 이야기
양은숙 글.사진 / 컬처그라퍼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입맛이 싹 사라져버렸다. 그런 때에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 시큰둥한 생각이 들어 아예 이 책을 읽지 않았다. 진작에 이 책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내 마음이 푹 빠져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책장에 꽂아두고 좋은 날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때가 왔다. 며칠 전부터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이제 가을이 시작되려나. 천고마비의 계절, 입맛이 절로 도는 계절. 가을을 앞두고 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시골살림 이야기를 엿보기로 한다. 이 책 <들살림 월령가>를 보며 새롭게 입맛을 다져보는 기분 좋은 시간을 갖는다.

 

 

 제철음식을 찾아보기 힘든 생활을 하다보니,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슬로우 푸드의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 그래서 가끔 관련 책을 만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요즘들어 때맞춰 나오는 제철음식과 조미료없는 건강한 음식에 매료되고 있다. 우리 일상에서 천천히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것들마저 잊고 지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시골마을로 들어가서 들살림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반도반농의 생활로 전입하여 그곳의 생활을 생생하게 이야기해준다. 도시인의 시선으로 시골마을에서 어우러지는 모습에 많은 공감을 하며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그 설레는 마음이 이 책을 읽는 나에게 온전히 전해진다. 그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며 함께 해본다.

 

 이 책은 봄,여름,가을,겨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중 지금 막 시작하는 계절인 가을에 관한 것을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낡은 팬 두 개를 번갈아 가며 누룽지를 제작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설탕 솔솔 뿌려 간식거리로 먹어도 그만, 식사 대용으로 부드럽게 뜨끈하게 먹는 것도 일품이다. 침을 꿀꺽~! 사진을 보니 소박한 음식에도 입맛이 되살아난다. 일상의 소박한 이야기가 맛깔스럽게 담겨있는 책이다. 다채로운 조리법 이야기에 또 한 번 꿀꺽~! 쪄서 무치거나 살캉하게 볶거나 무르게 조리거나 바락바락 주물러 된장국을 끓이면.....(179쪽) 캬~! 입맛이 이렇게 살아나게 된다.

 

 가을을 시작으로 겨울, 내친김에 봄, 여름까지 읽어나갔다. 계절은 순환하고, 계절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내 오감을 자극한다. 자연이 주는 선물과 시골마을의 소소한 일상이 아기자기한 맛을 풍긴다. 이 책을 보는 시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자연 속 이야기를 상상하며 떠올려보는 시간은 즐겁다. 이웃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 속 매력으로 푹 빠져드는 시간이 되었다.

 

 나도 나름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이주해왔다. 하지만 작은 텃밭을 하나 가꾸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는 책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경험을 엿보는 것 정도로 만족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에 아주 부합하는 책이 이 책 <들살림 월령가>였다. 소박하고 소소한 일상, 들살림의 매력이 온 마음으로 전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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