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테러리스트 뱅크시, 그래피티로 세상에 저항하다
마틴 불 글.사진, 이승호 옮김 / 리스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얼핏 보면 그냥 벽에 낙서한 것, 다르게 보면 예술 작품. 그래피티라는 것은 나처럼 고정관념에 휩싸인 사람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왜들 그렇게 낙서를 해놓지? 지저분하게.' 정도의 생각만 했었다. 우리 나라에선 자칫 잘못하면 큰일 날 행동이기도 하다. 건물 주인 입장에서는 골치 꽤나 아픈 일이기에 낙서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행동이 이해가 갈 듯도 하다.

 

 하지만 그래피티를 색다르게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파리 골목을 걸어다니면서 그래피티 작품을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냥 걸어다니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피티를 찾겠다고 마음 먹고 유심히 관찰하며 다니다보면 보물찾기 마냥 툭툭~ 눈 앞에 보인다. 누가 그렇게 해놓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묘하게 잘 어울려서 재미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래피티에 대해 약간의 관심이 생긴 상태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솔직히 '뱅크시'에 대해 잘 몰랐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래피티 미술가. 영화 감독도 했다. 인터넷 사이트도 있다. 따로 검색을 해보았던 이유는 이 책 속에 제목에도 나온 이름 '뱅크시'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이름, 출생지, 활동 내역 등을 시간 순으로 쭉 나열한 것보다 훨씬 궁금증을 유발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영국 대영박물관 고대 전시실에 몰래 숨어 들어가서 원시인이 쇼핑카트를 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자신의 작품을 8일 동안 도둑 전시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 거리의 화가, 얼굴 없는 예술가, 게릴라 아티스트, 아트 테러리스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 도시의 싸구려 미술품으로 취급받던 벽화를 예술로 승화시킨 사람이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다.

 

(6쪽)

 

이 책은 사진작가이자 거리 아트의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마틴 불이 뱅크시의 작품이 그려진 런던 시내 곳곳을 찾아다니며 뱅크시의 작품을 카메라 렌즈에 담고 그 위치와 함께 작품 해설을 곁들인 뱅크시 그래피티 & 투어 가이드이다.

런던에서는 뱅크시의 그래피티가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서는 뱅크시 투어가 유행이다.

 

(7쪽)

 

 뱅크시에 대한 설명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또한 이 책의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 이제 거두절미하고 뱅크시의 작품으로 들어가본다.

 

 

 다양한 작품들이 독특한 느낌에 신선했지만, 특히 내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레드 카펫의 쥐들. 커튼 로드와 크리스티나 스트리트 골목의 피자가게 옆 담벼락에서 만날 수 있던 작품이라고 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길거리 작품의 특성상 희소성과 소멸 가능성이 있기에 더 매력적으로 기억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이 책의 표지에도 나와있는 작품, 카펫 아래를 쓸고 있는 혹스턴 모텔의 청소부라는 작품이다. 저자는 이 작품을 세상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진심으로 부럽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세상에서 제일 먼저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부럽고, 그 그림이 특히 내 눈길을 끄는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부럽다.  

 

 이 책을 보며 런던의 골목 여행을 직접 하지 않으면서도 길거리에 숨어있는 그래피티 작품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직접 보면 더 좋겠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서 보는 것도 나름 뿌듯하고 즐겁다. 뱅크시 뿐만 아니라 다양한 그래피티 예술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길거리를 채색하고 있다. 혹자는 그것을 단순한 낙서로만 볼 수도 있고, 혹자는 새로운 예술로 평가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공간에서 미술을 하는 것, 그래서 미술관이라는 고정된 공간에서 전시하는 것이 지금껏 예술 작품의 당연한 행보였다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생활 공간에서 손쉽게 볼 수 있고, 다양한 예술가들이 여러 방향으로 길거리 작품에 가감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책을 통해 뱅크시라는 멋진 작가의 작품을 보게 되어 의미가 있었다. 작품 위주로 실려있는 책이어서 좋았다. 어떤 작품들은 현재 사라져버린 상태이기도 하고, 누군가 훼손시킨 것도 있지만, 저자가 사진으로 찍을 당시에는 생생하게 있었다는 것이 묘한 감동을 준다. 저자가 사진으로 남겨놓은 작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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