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다. 생각보다 두껍지 않아서 부담없이 슬슬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약간 어이없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살인자'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 때문에 무겁고 어두울 줄 알고 읽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보다보니 은근히 정신 바짝 차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제목에서 '살인자'라는 단어보다 '기억'이라는 단어가 더 크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나의 이름은 김병수. 올해 일흔이 되었다. (27쪽)

 수 차례 살인을 저질렀지만, 지금은 치매에 걸린 살인자의 이야기다. 그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고, 뒤죽박죽이다. 유쾌한 마음으로 그의 이야기를 보다가, 나중에는 그의 이야기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떤 것이 진실인가. 살인자라고 이야기하는 김병수의 말은 다 믿을만 한 것인가? 아까 전에 이야기했던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사람의 기억이 어디까지가 믿을만할까? 소설을 보면서 허구의 이야기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 사람의 말을 어디까지 믿고 싶은지 생각하고 있다니! 나도 참 이야깃 속으로 푹 빠져들었나보다.

 

 중간 중간 둔기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게 뭐지?' 완전 무방비 상태에서 한 대 맞는 느낌이다. 그런 느낌이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다. 뻔한 흐름에 내맡겨지는 소설보다 나의 상상을 초월하고 혼돈 속에 빠지게 해주는 소설이 좋다. 이 소설이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는 생각에 만족감이 든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이라는 제목이 나에게 너무 강렬했던 것일까?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읽지 않을 뻔했던 시간을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모처럼 소설 읽는 맛을 느낀 시간이 되었는데, 그 시간을 놓칠 뻔했다. 짧지만 강렬한 소설이었다. 아닌 척 하며 진행되지만 끝 느낌은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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