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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사물들
장석주 지음 / 동녘 / 2013년 4월
평점 :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애착을 가지고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로부터 언제 그곳에 있었는지 그 존재조차 알 수 없는 물건들까지!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물건들은 수두룩하다. 꼭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것부터 있으면 약간 편리한 정도의 물건들도 있다. 지금껏 나는 그 물건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던가. 솔직히 아무 생각없이 그 물건들을 소유하고 이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이 책 <철학자의 사물들>을 보며 그 의미를 재발견한다. "모든 사물에서 모호성이 확실성을 대체한다."는 발터 벤야민의 말을 보며, 사물의 실재성이 그 표면의 생생함에서 나온다는 말을 새겨본다. 사물이 표면으로 이야기하는 것들에 귀를 기울여본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듣게 된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감탄하면서 말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쉽게 접하는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것도 철학자의 시선으로 다양하게 그 물건들을 파악해본다. 그저 생각없이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좀더 섬세하고 자세하게 바라보게 된다. 갑자기 예민해진 시선으로 주변 물건을 바라보게 되는 느낌이 든다.
이 책 속에 담긴 물건들은 다양하다. 신용카드,휴대전화,세탁기,진공청소기,비누,욕조 등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물건들을 이 책은 다룬다. 관계,취향,일상,기쁨,이동 그렇게 다섯 부로 나뉘어 그 물건들에 대해 담았다.
이 책을 읽는 기쁨은 저자 장석주에 대한 재발견이었다. 독서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는 시인이자 비평가, 이제야 그를 이 책에서 만나게 되었다. 독서광이라는 것을 모르고 읽더라도 그의 글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느끼고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엄청나게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을.
그의 생각에 공감을 하든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다. 그 물건에 어떤 철학자의 생각을 이야기해준 것에 대해 '그런 생각도 할 수 있겠구나.' 공감하며 읽는 시간이 좋았다. 생생하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내 곁에 존재하는 사물에 대해 이 책을 보며 깊이 생각해본다. 약간은 감상에 젖어보는 시간, 조금은 예민해지는 시간이 나에게도 필요했다. 철학자의 눈으로 사물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