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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의 배신 - 불편해도 알아야 할 채식주의의 두 얼굴
리어 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채식주의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 싶었다. 그동안 채식에 대한 좋은 시각의 책만 보았다면, 비판적인 시각으로도 바라보고 싶었다. '배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그 반대면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선택해서 읽어보았는데, 아쉬움에 어이 없어 화가 난다.
그래도 저자의 생각을 담은 이 책 속의 글을 읽다 말게 되면 그 또한 나의 선입견으로 끝날 것 같아서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냈다. '읽어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이 책은 나에게 답답하고 힘든 느낌이었다. 편견에 싸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딱하기까지 하다. 극단적 채식주의를 한 것도, 거기서 빠져나온 것도, 별다른 논리가 없어보인다.
읽으면서 계속 저자의 이야기에 의문만 생겼다. '저자는 지구를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채식을 한 것인가?' 거창하다.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자의 편견 아닌가? 저자의 말대로 개인차원의 윤리적인 소비로 다가오는 지구적 재앙을 피할 수는 없지만, 나 하나의 실천으로 그 속도를 충분히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저자는 비건 식단으로 인해 생리가 끊기고 관절염과 우울증을 앓는 등 몸과 마음이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 과연 그것이 비건 식단에만 의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 식단은 제대로 된 것이었을까? 20년 간 어떤 식단을 유지했고, 어떤 음식을 어떻게 구했으며, 섭취량은 어땠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무작정 그로 인한 것이라 100% 단정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자신의 건강을 잃었다고 모든게 다 채식주의 때문이라며 생떼를 쓰는 어린아이같아 보인다.
다시 육식을 시작할 때의 참치 통조림을 먹는 체험은 정말 가관이었다. 세포 하나하나가 고동치는 것을 느꼈다는 체험담에 숨이 턱 막힌다. 건강에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페스코나 락토-오보의 식단으로 바꾸거나, 전문가에게 진작 도움을 받아볼 것이지, 너무 극단적이며 제멋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말하는 인터넷 게시판은 또한 어떤가? 저자는 게시글 중 동물들이 살해당하지 않게 할 아이디어가 있다는 어느 비건의 글을 소개했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끼리도 서로 죽이지 못하도록 세렝게티 한가운데에 누군가가 담을 세워 포식자와 먹이를 갈라놔야 한다는 주장이었다고 한다. 그 게시글에 반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열을 낸다. 그런 분위기에서 누가 반대의 게시글을 올리겠는가?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지. 그렇다고 그것을 모든 채식주의자가 뒤집어써야하는건가? 그것은 마치 어떤 특정 종교의 사람이 상식적으로 저질러서는 안될 죄를 지었다고 할 때, 그 종교 사람들을 싸잡아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비판과 비난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억지로 갖다붙이는 비난처럼 보였다. 저자는 아마 또 한 권의 책을 낼 것 같다. 제목은 육식의 배신?! 극단적 채식주의로 인해 몸이 망가져 매일같이 고기를 섭취했는데, 그로 인해 이런 저런 병이 들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