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벽난로에 산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3
애너벨 피처 지음, 김선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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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정반대의 내용을 생각했다. <누나는 벽난로에 산다>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다소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표지를 보면서 벽난로와 관련된 누나의 엽기적인 에피소드가 담겨있는 책이라고 지레짐작을 했다. 하지만 상상했던 내용과는 정반대였기에 첫 장을 넘겼을 때에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로즈 누나는 벽난로 위 선반에 살고 있다. 아니, 누나의 일부만 그곳에 산다. 손가락 세 개, 오른쪽 팔꿈치하고 무릎뼈는 런던에 있는 묘지에 묻혀 있으니까.

 

(누나는 벽난로에 산다 中 5쪽 도입부분) 

 

 그래도 너무 무겁지 않게 아이의 눈을 통해서 전개해나가는 이야기에 금세 빠져들고 말았다. 2005년 런던 시내에 폭탄 테러 사건이 있었다. 이 소설은 런던 시내에서 폭탄 테러 사건으로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죽은 후 가족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정말 난데없는 죽음이었다. 주인공 제임스가 "우리 누나는 폭탄 때문에 산산조각이 났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가슴 먹먹한 느낌이 들었다. 가족에게 그런 비극이 있을 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또다른 고통일 것이다.

 

 때로는 현실에서 소설처럼 일어나는 일이 많다. 가족 중의 한 사람이 그런 식으로 목숨을 잃었을 때, 남은 가족들의 삶이 행복일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더욱 느끼게 된다. 다들 마음 속에 무거운 짐 하나씩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소설 중 최근에 읽은 것이 <빌랄의 거짓말>이다. 그 소설은 1947년 실제 발생했던 인도-파키스탄 분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열세 살 소년의 눈으로 기술되는 이야기는 감정이 한 번 더 걸러진 상태에서 전해져서 그런지 고통이 덜하다. 그래서 무거운 역사적 배경에서 이야기되는 소설은 일단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

 

 이 책을 보며 열살 소년 제임스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책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쌍둥이 누나 중 한 명인 재스민과 아빠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가 정말 크게 느껴졌다. 이 책의 마지막에 옮긴이의 말에서 잠시 멈추게 되었다. 상처가 완전히 아물 때는 언제일까?라는 제목이다. '과연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잊은 듯 살아가면서도 어떤 계기가 생겨 그 시간이 떠오르면 그 상처도 함께 두드러지게 되기 마련이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본인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사건에 휘말렸을 때에 그 상처도 급작스럽고 아물기 힘들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더욱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애너벨 피처의 장편소설인데, 애너벨 피처는 출간 즉시 영국 문단의 비상한 관심을 끌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수상을 한 이력이 꽤나 많이 적혀 있다. 이 책을 애너벨 피처가 스물여섯에 세계를 여행하면서 노트패드로 쓴 소설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데뷔 소설이라는 것도 믿어지지 않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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