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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 126편 다시 읽기
권영민 지음 / 민음사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올 해에는 한 달에 한 권은 시집을 읽어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내 언어에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좀더 다양한 표현을 보고 싶고, 알고 싶고, 느끼고 싶었다. 2월에는 정지용의 시를 읽어보리라 결심했다. 학창시절에 배운 유리창이나 노래로도 잘 알려진 향수를 제외하고는 정지용의 시를 잘 모르고 있는 것도 현실이고, 시를 통해서 내가 알고 있는 언어의 폭을 넓고 깊게 하고 싶은 욕심때문이기도 했다.
특히 얼마 전 읽은 <나의 고전 읽기>라는 책에서 정지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궁금증이 더했던 것이 이 책을 바로 지금 읽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사실 스스로 선택해서 읽는 책도 많이 있지만, 다른 사람의 서평을 보고나서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나, 이렇게 책 속의 책으로 만나는 경우도 있다. 나 스스로라면 존재조차 몰랐거나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겠지만, 어디선가 보아서 알게 되고 찾아볼 생각을 했던 책을 읽고 났을 때에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 든다면, 정말 "심봤다", "노다지"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이 책을 읽은 나의 심정이 바로 그랬다. 어떻게 이런 시를 쓸 수 있을까, 표현에 감탄하고, 생각에 놀랄 따름이다.
이 책의 첫 인상은 두껍고 빽빽한 느낌에 '아차~'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하지만 일단 책을 열어보니 언어의 마력에 빨려들고 말았다. 처음의 생소한 느낌은 뒤로하고, 어떻게 그런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감탄하게 되었다. 나는 도대체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인지, 같은 언어를 이렇게 풍부하게 구사할 수 있다니 부럽기만 하다. 다양하고 생소한 표현들에 할 말을 잃는다.
이 책에 담긴 작품해설은 너무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아 좋았다. 딱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시를 읽을 때에 시에 대한 설명이 너무 과해 난도질을 한다는 느낌이 들면 감상할 때 힘들지만, 너무 아무 설명이 없으면 밋밋한 느낌이다. 적당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