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때에 나의 반응은 두 가지다. 일단 책을 손에 잡았을 때의 이야기다. 다른 할 일이 생각나며 자꾸 책에서 눈을 떼게 되는 것이 그 하나,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끝을 보게 되는 것이 다른 하나다. 이 책은 나에게 두 번째 반응을 나타나게 했다. 조금씩 읽겠다는 나의 다짐(?!)은 어느새 무너져 버리고, 이 책의 끝을 보고 말았다. 그만큼 몰입도가 좋았고, 빠져들 수 있는 책이었으며, 저자의 열정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던 책이었다.
우리는 완성된 삶, 성공에 대한 착각을 하고 산다.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지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나면,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돈 많이 벌며 행복하게 잘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사람은 안정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다. 무언가를 계속 추구하고, 과거의 시간을 후회하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도 하며, 일상적인 일을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도 한다.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지겨움을 느끼기도 하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며 살아간다. 우리네 인생은 그렇게 흘러간다. 삶의 파도를 타고 출렁이게 된다.
우리 인생은 누군가 정해놓은 모범답안 같은 것이 아니다. 사회적 통념상 성공이라고 못박아놓은 것도 나에게 행복이 아니면 내 길이 아닌 것이다. 어떤 일에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다른 일을 생각할 수 있고, 다른 꿈을 꿀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스펙의 사회다. 무언가 내세울만한 타이틀이 중요하다. 사실 나에게 이 책도 '아시아 최초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건축상 '폴 메이몽상'을 수상한' 이라는 타이틀이 있었기에 궁금증이 생겼을 것이다. 어느 정도 위치에 선 건축가의 성공기라는 생각이 들어 읽어볼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일단 이 책을 읽어보면 그것은 정말 부수적인 것인데, 읽기 전에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게라도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이 어쩌면 다행이겠지만 말이다. 저자도 그렇게 말한다. '상은 상일 뿐입니다. 길고 긴 인생의 마라톤에서 잠깐 목을 축일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것이죠.(289쪽)'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직업에 대해, 꿈에 대해, 소신껏 행동하고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당당함에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통념이나 주변인들의 만류가 우유부단한 나에게는 정말 힘든 과정이었고, 바로 포기해버리기 십상이었는데, 자신만의 꿈을 당당히 만들어가는 저자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버렸다.
꿈이 직업이 되면 얼마나 무미건조해지는지 잘 안다. 나에게도 그랬으니 말이다. 두근거리던 심장도 멈춰버리고, 설레던 마음도 한 순간에 바닥을 치는 것이 일상이다. 이 책은 그렇게 시들어가던 나에게 꿈을 다시 꿀 계기를 만들어준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아닌, 나만의 색깔로 내 인생을 채색하고 싶은 생각 말이다.
별 모양의 꿈을 직업이라는 네모 틀 속에 구겨 넣고 그 안에서 다시 꿈을 찾고자 한다면, 우리는 구겨지고 변해버린 꿈 조각만을 찾게 된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 여러 직업을 선택적으로 이용하며 꿈을 키워가라. 경계 없이 자유롭게 커져가는 꿈이 시작될 것이다.
(파리를 놀라게 한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190쪽)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는 저자의 노트를 보는 데에 있었다. 저자는 2002년부터 자기관찰노트를 쓰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 쓰고 있다고 한다. 어느 순간 멈춰버린 나의 일기가 아쉬워지는 부분이었다. 예전의 글을 보면 지금은 생각이 달라진 경우도 있고, 번뜩 섬광처럼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새로움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렇게 사라져버리는 일상 속의 생각을 저자는 잘 끄집어 내어 활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공에 대한 자랑이 아니라, 한 젊은이의 생각과 노력 과정, 열정과 의지를 읽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자신만의 인생관에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