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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의 숲에서
실뱅 테송 지음, 임호경 옮김 / 까치 / 2012년 12월
평점 :
이 책 <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의 숲에서>에 관심이 간 것은 순전히 대리만족을 하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바이칼 호수에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지 벌써 몇 년이 흘렀지만, 매년 여름이 되면 굳이 추운 곳으로 가고 싶지는 않아진다. 추위를 정말 싫어하는 나에게 이런 체험은 순전히 간접경험으로나 맛볼 수 있는 일이다. 궁금하긴 하지만 직접 체험하고 싶지는 않은 일들, 이 책을 통해 그 심정을 접해본다.
이 책은 2011년 메디치상 에세이 부문 수상작이라고 한다. 수상작이라는 것이 특별히 더 큰 의미를 두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시베리아의 숲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하게 될지 궁금한 생각은 들었다. 저자의 발상 자체도 마음에 들었다. 한 걸음 옆으로 벗어나기 라는 말이 특별히 와닿는다. 저자는 마흔 살이 되기 전에 숲속 깊은 곳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했고, 바이칼 호숫가, 북쪽 삼나무 숲의 곶 끄트머리에 위치한 시베리아식 오두막에서 6개월 동안 지냈다. 그리고 이 책은 일기처럼 그 당시의 생각을 적어놓은 것이다.
저자가 아무 것도 없이 그곳에 간 것은 아니었다. 6개월동안 먹을 식량, 보드카와 시가, 읽을 책도 가져갔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 가져간 책을 읽은 독서 이야기도 나온다.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이 있었는지 멘트가 있다. 저자가 다른 곳을 여행한 것이라면 자칫 밋밋할 수도 있겠지만,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곳에서의 일상이니 정독을 하게 된다. 6개월간의 숲속 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장비를 체크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에 공감한다.
참 우습다. 오두막에 살기로 결심하고, 시가를 피우면서 하늘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긴 나의 모습을 상상해왔는데, 또다시 이렇게 관리장부의 식량목록을 체크하고 있는 것이다. 삶이란 결국 이런 구멍가게 사업에 불과한 것일까?
(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의 숲에서 25쪽)
시베리아 숲에서의 6개월간의 체류에 대비하여 파리에서 공들여 작성한 이상적인 독서목록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행을 하거나 좀더 긴 체류를 할 때에는 어느 정도의 계획을 세워서 돌아다니면서, 그냥 일상이라는 생각을 하면 왜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일까? 올해 독서목록도 아직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며 올 한해 읽어야할 책들을 좀더 공들여 작성해보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일상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듯,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그 물건들에 휘둘리며 살고 있다. 그래서 나 자신이 시베리아 오두막에 자발적으로 가있는 것처럼 상상하며 읽었다. 저자가 상세하고 솔직하게 글을 써내려갔기 때문에 좀더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점이 수상작으로 결정된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