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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홀로 깨어 - 최치원 선집 ㅣ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7
최치원 지음, 김수영 엮음 / 돌베개 / 2008년 1월
평점 :
2013년을 맞이하여 올해부터라도 시작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인문고전독서이다. 망망대해와 같은 폭넓은 고전의 세계에서 어떤 작품부터 읽을까 고민이 되었다. 이런 나에게 길을 제시해 준 책이 있으니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였다. 그 책에는 이지성의 인문고전독서 단계별 추천도서가 1년차부터 10년차까지 담겨있었다. 나는 그 목록 중 이 책 최치원의 <새벽에 홀로 깨어>를 시작으로 하기로 했다. 일단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2013년의 고전 읽기에 도전한다.
그동안 나의 독서는 마구잡이식이었다. 제목이 마음에 들거나, 소재가 참신하다고 생각하는 책들을 위주로 무작위적으로 읽어나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이 '읽다보면 괜찮겠지?'하는 의구심으로 진행되지만, 그저 그렇게 끝나버리기도 했다. 이럴 때에 좀더 깊이 음미하는 독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옛부터 전해내려와서 지금껏 살아남은 인문고전이 그 해답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우리고전 100선 중 최치원 선집이다. 가장 먼저 최치원의 시가 담겨있다. 그 중 내 마음에 와닿는 시는 바위 봉우리라는 시였다.
바위 봉우리
저 높은 바위 꼭대기 하늘에 닿을 듯
바다에 해 돋자 한 송이 연꽃으로 피네.
형세 가팔라 뭇 나무 범접을 못하고
격조 높아 오직 구름과 안개만 벗 삼네.
..........(이하 생략)................
(최치원 선집 새벽에 홀로 깨어 中 바위 봉우리)
또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참 이상한 이야기 부분이었다. 옛이야기를 읽는 마음으로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고운 최치원은 시와 문에 모두 능했고 유불선에 두루 통달했고, 특히 불교의 오의에 깊은 조예가 있었다고 한다. 당대의 독보적 지성인 그의 글이 대부분 실전失傳되고 일부 작품만 전해내려온다고 한다. 그가 857년에 태어난 인물이니 지금껏 전해오는 것이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시절 열 두 살의 나이에 해외 유학길에 오른 조기 유학생, 엄한 아버지의 훈계가 어린 나이의 그에게 힘겨운 일이었겠지만, 지금껏 그의 시문이 전해내려오는 것을 보면 다행인 일이기도 하다.
"십년 안에 과거에 급제하여 진사가 되지 못하면 내 아들이라고 말하지 말거라, 나 또한 자식이 없다고 생각할 테니. 가서 부지런히 공부에 힘을 다하거라."
-계원필경집 서문 中 아버지의 훈계
이 책으로 최치원이 남긴 글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편역자 김수영의 말처럼, 부담감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손 가는 대로 이 책에 뽑아 놓은 여러 빛깔의 작품들을 천천히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천 년의 세월 전에도 이 땅에서 어찌보면 사람들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니 세월의 간격이 교차되는 느낌을 받는다.